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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장애로 10년째 누워만 지내는 최항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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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7동본당 빈첸시오회 김보석 회장이 최항섭씨를 만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힘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난 그의 몸은 뒤틀려 있었다. 병원 침대가 몹시 좁은 것도 아닌데, 양쪽 다리를 상체 쪽으로 구부정하게 접고 왼쪽으로 누워 있었다. 일그러지지 않고서는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는 뇌성마비 장애인 최항섭(프란치스코, 57)씨. 그는 사지가 굳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는 식물상태인간 같았다.

최씨가 같은 자세로 누워 지낸 지는 벌써 10년째.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개를 조금 돌리거나, 오른팔을 약간 움직여 손을 잡을 수 있는 정도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거나 식사를 한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하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최씨가 이곳에 입원한 것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생긴 욕창 때문이다. 지난 4월 입원한 이후 욕창을 꿰매는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지만, 아직 아물지 않아 링거와 항생제 주사를 수시로 맞고 있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다 알게 된 잠실7동본당 빈첸시오회(회장 김보석) 성금으로 구한 간병인 도움으로 두 시간마다 반대편으로 돌아눕고 있을 뿐이다.

“지겨업~지요(지겹지요). 버얼써(벌써) 오십 칠 년~이나 이렇…게 살았~으니….”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그는 원래 정상인이었다. 그런데 계모 때문에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됐다. 최씨는 막 걸음마를 떼던 무렵 계모가 던진 물건을 맞고 잘못 넘어져 뇌성마비 장애인이 됐다. 계모의 구박은 더욱 심해졌다. 비인간적 대우도 서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있는 사랑의 선교회 소속 한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던 그는 1982년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홀로 휠체어를 끌고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서울에서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마천동시장에서 잡화를 팔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다.

세월이 조금 지나 시장에 번듯한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그에게서 물건을 사려는 이가 줄기 시작했다. 그래도 1988년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이듬해에는 당시 마천동본당 주임신부 권유와 주변 도움으로 혼인성사도 했다.

그는 잡화상을 접고, 움직이기도 불편한 다리에 고무 튜브를 꼈다. 휠체어 탄 잡화상 대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러운 시장 바닥을 배로 쓸고 다니는 일뿐이었다. 여름에는 무더위에 금세 지쳤고, 겨울엔 온몸이 얼음장이 됐다. 그렇게 13년을 지냈다.

“누군가 한 푼 던져줄 때마다 그분들도 힘들게 번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 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했어요.”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아내는 그를 버렸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반듯하게 자란 두 아들이다. 큰아들은 현재 대학에 다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군 생활 중이다. 큰아들이 공무원이 되고, 작은아들이 제대할 때까지만 버티고 싶은 게 그의 작은 소원이다.

매달 기초생활수급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40만 원으로는 생활비도 수술비도 감당할 수 없다. 욕창 때문에 앞으로도 간병인이 절실한데 수중에는 먼지뿐이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후견인 : 서울 잠실7동본당 빈첸시오회 김보석(헤르만) 회장


“각자 열심히 자기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분이 참 많습니다.

최항섭(프란치스코) 형제님은 그중에서도 더 어려운 분입니다.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께서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최항섭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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