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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뇌성마비 장애인 장기호씨

경제적 이유로 청소년 시절 영국 입양 후 파양, 홀로 살며 생활고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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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호(왼쪽)씨가 본당 권상희 수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장기호(루카, 53, 서울 송천동본당)씨는 손짓을 섞어가며 기자의 질문에 열심히 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내 설명이 어려워진 그는 작은 칠판에다 손글씨로 자기 생각을 썼다.

기자가 “어머니와 헤어져 입양을 가신 게 몇 년도예요?”라고 묻자 그는 “기..억..이….”라며 글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시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쭉 혼자 살아오신 거예요?”라는 질문에 그는 칠판에 ‘어머니’, ‘13년’이라고 적었다. 낳아준 어머니를 다시 만나 13년을 살았단 뜻이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그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18살 때 영국으로 입양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지낸 것도 3년 남짓. 양부모는 그의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중도에 그의 부모이기를 거부했다. 장애를 가진 데다 어렸던 그에게 파양은 큰 상처가 됐다.

어떤 심정이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주저하다 답을 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되돌아온 그는 친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그는 “제겐 배로 낳아준 엄마와 가슴으로 낳은 엄마, 두 분이 계신 셈인데, 이 사실이 때론 저를 혼란스럽고 힘들게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계속 홀로 살고 있다. 두 어머니에게서 한 차례씩 버림받은 그는 다른 형제들과도 연락하지 않고 산다. 홀로 버티기 위해 그는 현재 영국에서 배운 영어 실력을 잊지 않고 번역하는 일에 쓰고 있지만, 열심히 번역 작업을 해도 한 달 30~40만 원 받는 정도다. 이마저도 일정하지 않다.

그가 사는 곳은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언덕배기 끝이다. 팔과 다리가 마비돼 걸음걸이가 불편한 그는 비탈진 곳에 전세금 2000만 원의 반지하 방을 얻어 5년 넘게 살고 있다. 어두컴컴한 방은 벽마다 곳곳이 곰팡이투성이다. 집주인은 내년 봄까지 방을 빼달라고 얼마 전부터 으름장이다. 당장 모아둔 돈도 없거니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채 홀로 살아가는 그에게 집을 새로 구하는 일은 무척 버겁다. 장애인연금과 같은 국가 지원을 받아보려고 애썼지만, 수입이 있어선지 동사무소에서도 그의 상황을 외면했다.

장씨가 기댄 곳은 신앙이 유일했다. 어렸을 때 세례를 받은 그는 몇 년 전 포콜라레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동생을 가끔 만나며 의지하고 지낸다. 주일 미사를 거르지 않으려고 언덕 아래 성당을 1시간이나 걸려서 다닌다. 그는 방 한편에 모신 십자고상과 성모상을 가리키며 “그래도 저는 예수님, 성모님과 살고 있습니다”하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장씨는 “기도할 때마다 늘 제 어려움과 혼란스러움을 모두 주님께 맡긴다고 말씀드린다”며 “집이라도 어떻게 해결된다면 더 의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 권상희 수녀
 
▨후견인 / 서울 송천동본당 권상희 수녀 (마리아, 인보성체수도회 )

불편한 몸으로 오랫동안 홀로 살아온 장기호씨는 최근 집까지 새로 알아봐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있습니다. 아픔 속에도 신앙 안에 살아온 기호씨에게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전해주세요.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장기호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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