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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키릴룩 빅토리아씨(왼쪽)와 류바쉐브스카 소피아씨. |
전쟁으로 고통받는 고국을 향한 한국 사회와 교회의 도움에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2019년부터 한국에서 유학하는 키릴룩 빅토리아(24)씨와 류바쉐브스카 소피아(25)씨는 “많은 한국인이 먼 나라인 우크라이나에 관심과 도움을 줘서 참 놀랍고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나고 자란 고향 친구로 함께 한국에 왔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신자인 이들은 한국 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렇게 갑자기 전쟁이 터질 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예상 못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빅토리아씨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에서 러시아가 공격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와서 긴장은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21세기에 이렇게 잔혹한 전쟁이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고 슬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도 거의 못 자고, 눈을 뜨고 있는 동안 계속 뉴스와 SNS만 보며 전황과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한다”며 “너무 많이 울어 이제는 눈물도 잘 안 나온다. 속에 화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러시아에 대항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되자 소피아씨는 “한국 정치인과 언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6개월 초보 정치인’이라고 부르며 전쟁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데 대한 지적이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땅을 계속 강탈했다. 그러므로 이번 전쟁의 원인을 러시아가 아니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으로 지목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데다 옳지 못한 시각”이라며 “러시아 측에서 퍼뜨리는 프로파간다(선동)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최근 점령한 자포리아 원전은 유럽 최대 원전으로, 폭발시 체르노빌 사고의 10배 충격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세계에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이 한국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란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맞서 보이콧을 한 것처럼, 러시아를 향해 직접적인 경제 제재에 나서준다면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최근 온라인에서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인을 향해 “한국은 경제 제재에 참석하지 않으니 우리 편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다음 목표는 한국”이라며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피아씨는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며 공감대를 표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게 당한 것처럼, 과거 우크라이나도 폴란드나 러시아에게 침략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인들이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하에서 한국어 대신 일본어를 쓰는 모습을 보고, 소련 치하에서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를 써야 했던 우리 조상이 떠올랐다”고 했다.
빅토리아씨는 “최근 중국이 한국 문화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화를 뺏어간 사실이 연상됐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유래한 스프 요리인 ‘보르시’가 자국 것이라고 계속 말한다”며 “최근 한국과 중국 간의 김치 종주국 논란과 닮아있다”고 예로 들었다. 이어 “러시아인이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은 같은 민족’이라는 주장을 많은 한국인이 그대로 받아들여 속상하고 안타깝다”며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얻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인 타라스 셰우첸코(1814~1861, 러시아어로 셰브첸코)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