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난민의 벗인보성체수도회 착한사마리아인의 집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야 한 이들이 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이국땅에서 희망을 키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는 이 없고 낯선 곳에서 마음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이주민과 난민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환대해주는 곳이 있다. 전국에 있는 교회 내 이주사목 관련 단체들은 오늘도 이주민과 난민의 벗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데 여념이 없다. 25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인보성체수도회 착한사마리아인의 집을 찾았다.
“수녀님들은 우리 가족 목숨을 살린 ‘슈퍼 히어로’예요. 아주 많이 사랑해요!”
‘착한사마리아인의 집’ 초 작업장 새내기인 아코나씨가 수줍게 웃으며 김보현 수녀를 끌어안았다. ‘나도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김 수녀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아코나씨는 생후 6개월 딸을 기르는 미혼모다. 나이지리아 국적 아이 아빠는 한국에서 강제 출국당한 탓에 소식조차 모른다. 덜컥 가장으로 살게 된 아코나씨는 극심한 우울감에 휩싸였다. 오래 일을 쉰 데다 배움과 기술이 부족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착한사마리아의 집을 알게 됐고, 지난 1일부터 초 작업장을 다니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초 틀에 녹인 밀랍을 부어 형태를 굳히고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그 자체만으로 그는 매일 즐겁다.
우간다 출신 난민 크리스틴씨는 콩 왁스로 아로마 초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진은희 수녀에게 조언을 듣는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크리스틴씨는 착한사마리아인의 집에서 생후 16개월 된 아들과 살고 있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남편을 잃고, 고문과 성폭행까지 당해 만신창이가 된 그는 겨우 한국으로 피신했다.
“한땐 정말 살고 싶지 않았는데, 이젠 저도 ‘집’과 ‘가족’이 생겨 너무 행복해요. 우리 아들 일라이자랑 함께 잘 살아 볼 거예요.”
수단에서 온 자키씨는 독재정권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다. 몸이 약해진 탓에 희소병에 걸려 시력을 많이 잃었다. 그래서 작업장에서 짐을 옮기거나 재료를 다듬는 등 단순 노동을 맡고 있다. 다행히 그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가 운영하는 생활성서사 후원금 덕이다. 자키씨는 “희망과 용기를 얻어 지금은 서강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손재주가 가장 뛰어난 신디씨는 초를 상자에 담아 리본 등으로 예쁘게 포장하는 일을 한다. 고국 이집트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그는 언어 감각도 뛰어나 한국어를 금방 익혔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다른 난민들을 기꺼이 도와주고 있다.
“착한사마리아인의 집 덕분에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어요.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꼭 한국어 교사가 되거나 방송국이나 대사관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초 작업장에서 일하는 난민들은 평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일한다. 그렇게 번 돈은 한 달에 최대 80만 원. 액수보다도 홀로 생활비 정도는 벌어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값진 돈이다.
최근 김보현 수녀와 진은희 수녀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난민들이 각자 지닌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배움을 통해 각자 달란트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랑방’을 이 동네에 만들고 싶어요. 이를테면 제빵을 좋아하는 아코나가 만든 빵을 먹고, 차에 관심이 많은 자키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거죠. 한쪽에선 향에 조예가 깊은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도록 도와주고요. 이주민이나 난민을 위한 신디의 한국어 교실도 열리면 좋겠죠.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후원 및 제품 문의: 010-8430-0597, 010-9295-8126
후원 계좌: 국민 506501-04-479178 (인보성체수도회)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