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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도 가톨릭교회가 있을까요?

아프가니스탄 선교와 탈레반 점령 이후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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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포격으로 부상당한 한 아이가 구급차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CNS】



탈레반 점령 이후 카불 이탈리아 대사관 지하에 꾸며놓은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성당은 어떻게 됐을까?

8월 17일 탈레반 고위 인사 와히둘라 하시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탈레반 정권이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과 같다. 국민의 99.7가 무슬림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 활동은 이제 녹록지 않을 듯하다.


▨아프가니스탄 교회


교회 전승에 따라면 토마스 사도가 2세기 때 아프가니스탄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란 고원 동북쪽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지리상으로 유라시아 내륙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 서쪽의 유럽과 동쪽의 중국, 남쪽의 인도를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토마스 사도는 인도로 선교 활동을 가는 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복음을 전했다. 또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 가운데 한 명이 아프가니스탄 출신 조로아스터교 마고라는 전승도 있다.

이후 635년 당 태종 때 복음이 전파돼 ‘경교’(景敎)로 공인된 후 150년간 중국에서 활동했던 동방 교회 선교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한 번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서방 교회는 동방 교회보다 1000년 가까이 늦은 시기에 아프가니스탄에 복음을 전한다. 예수회가 1581년 처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무굴 제국을 형성한 악바르(재위 1556~1605년) 황제가 힌두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의 포용을 위해 인도 북부 아그라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예수회 신부를 카불로 초빙했다. 또 예수회 출신 포르투갈인 벤토 데 고에스 수사가 무굴 제국의 수도 아그라에서 메카를 순례하고 온 중국 무슬림 상인으로부터 무굴 제국 북쪽 멀리 않은 곳에 1500개의 도시를 거느리고 그리스도교를 믿는 ‘키타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602년 카불을 여행한다.

가톨릭교회의 아프가니스탄 선교 전통은 21세기에 들어 다시 이어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5월 성 바오로 성직수도회(바르나바회)에 아프가니스탄 선교를 맡기고 ‘자치 선교구’(Sui Iuris-자치 선교구는 자치 선교구장이 선교사들을 통솔해 자치적으로 선교하는 구역으로 교세가 성장하면 지목구나 대목구로 승격된다)를 설정했다.

초대 자치 선교구장 주세페 모레티 신부는 1994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던 중 탈레반의 포격을 받고 가슴과 어깨, 다리에 포탄 파편이 박히는 큰 부상을 당했다. 2014년부터 바르나바회 지오반니 스칼레제 신부가 자치 선교구장으로 있다.

아프가니스탄 자치 선교구에는 스칼레제 신부 외 2명의 예수회 신부가 인도주의와 교육 사업을 펼쳐왔다. 인도 예수회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해 대학에서 300여 명의 교사를 양성했고, 2만 5000여 명의 남녀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해 왔다. 또 2006년에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이 진출했다. 이들은 가난한 가정과 고아, 장애아동, 문맹 소녀들을 돌봐 왔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 4명을 비롯해 8명의 수녀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내 가톨릭 신자는 200~300명 정도로 모두 국제안보지원군과 외국인 주재원, 인도주의 활동가들이다. 하지만 무슬림에서 개종한 ‘익명의 그리스도인’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현재 아프가니스탄 자치 선교구는 활동을 중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1990년대 탈레반의 통치 아래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와 박해를 경험한 바 있는 무슬림 출신 그리스도인들은 탈레반 정권 장악 이후 국제안보지원군에 ‘세례 증명서’를 보이며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도모하고 있다.


▨ 아프간 금기어 ‘그리스도인’


아프가니스탄에는 지상 교회가 없다. 월드 워치 리서치의 ‘세계 박해 지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94점으로 북한 다음으로 종교를 탄압하는 국가이다.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이슬람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경우 대다수가 가족이나 친척, 부족으로부터 ‘명예 살인’을 당하거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된다.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여성의 경우 박해는 더욱 가혹하다. 그들은 무슬림 남자와 강제 결혼을 하거나 노예나 매춘부로 팔려간다. 남성 개종자의 경우도 투옥돼 고문이나 성적 학대를 받거나 심지어 총살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스도인들을 가혹하게 박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슬람을 떠나는 것을 ‘배신’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국가보다 가족과 씨족, 부족을 우선하는 사회에서 ‘개종’은 곧 명예를 더럽힌 수치이다. 부모와 씨족의 명예를 더럽힌 배신자, 배교자의 끝은 죽음뿐이다. 정부와 일반 시민 모두 어떤 아프가니스탄인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고, 이슬람 이외의 신앙을 갖는 것은 불법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무슬림 출신의 그리스도인은 아프가니스탄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무슬림 출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개종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금요일마다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하고 모스크에 가서 기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들을 쿠란을 배우는 종교 학교에 보낸다. 또 탈레반의 불심검문에 대비해 그리스도교와 관련한 어떤 앱이나 정보도 휴대폰에 설치하거나 저장해 놓지 않는다고 한다. 성경이나 교회 관련 자료를 배포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조차 극도로 조심하며 혼자 몰래 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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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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