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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함께 걸어 나갑시다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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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전 세계 교회와 더불어 9월 마지막 주일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로 정하고 이주민과 난민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특별히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이민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기억해 왔지만, 이 명칭은 그 본연의 뜻을 신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해 주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주교회의 2021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9월 마지막 주일이 ‘이주민’만을 위한 날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치, 경제, 종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고국을 떠나 있는 이주민들과 난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형제자매이기에 미래를 향하여 그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또한 올 한 해 우리 교회는,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사회적 약자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이주 노동자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힘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각 교구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향한 형제적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국민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고자 노력하면서, 아울러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 노동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이며, 많은 경우에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어려움과 고통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코로나19에 가려져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사건들이 있습니다. 섬에서 짐승처럼 부려지다가 탈출한 한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혹한의 추위에 동사한 캄보디아 여성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과 차별 대우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때로는 목숨마저 앗아가 버립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도 어려운 현실과 고통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많은 기관과 단체가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받는 이주 노동자들을 대변해 주는 기관이나 단체는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외국인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배척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에 주님의 말씀이 깊이 다가옵니다. “너희 땅에서 이방인이 너희와 함께 머무를 경우,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이방인을 너희 본토인 가운데 한 사람처럼 여겨야 한다”(레위 19,33-34).

 

우리 신앙인들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 노동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만나면 좋겠습니까? 올해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당신의 회칙을 인용하며 하신 말씀을 새겨 봅니다. “보건 위기가 지난 뒤에 최악의 반응은 열광적 소비주의와 새로운 형태의 이기적 자기 보호에 더욱더 빠져드는 것입니다. 부디 더 이상 ‘다른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만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모든 형제들」, 35항). 이는 더욱더 넓은 ‘우리’를 지향함으로써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오로지 ‘나’만을 위하고 ‘자기 나라’만을 위하는 폐쇄적인 편협함에서 벗어나자는 호소입니다. 다시 말해서 온 인류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아가자는 뜻입니다. 또한 교황께서는 ‘우리’라는 의식에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초대하십니다. 이렇게 교황께서 호소하시는 더욱더 넓은 ‘우리’는, 보편성과 다양성 그리고 포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더 넓은 ‘우리’는 인류를 다양성 안에서 친교를 맺고 서로의 다름을 통하여 하나가 되게 할 것입니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 교회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코로나19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고자 사순 시기부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 시성 운동의 하나로 ‘교황님과 함께하는 백신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 다만 어느 한 나라에서 잦아든다고 해서 종식될 문제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가난한 나라에서도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전 세계 인류와 함께 이 나눔을 실천하였습니다. 이 백신 나눔 운동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우리’라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형제적 사랑’입니다. 이 ‘형제적 사랑’으로 이주 노동자들은 물론 난민들을 ‘우리’ 안에 초대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는 이주민들과 난민들은 더 이상 남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는 이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더 넓은 ‘우리’를 알게 해 주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이주민과 난민이라는 말에는 다양성이 있고, 이 다양성은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성숙하게 합니다. 우리가 이 다양성을 존중할 때, ‘형제적 사랑’이 실현될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구분될 수 없고, 어떤 차별도 없는 한 형제자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더 넓은 우리’를 삶으로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의 참모습을 회복하는 일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인의 사명입니다.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2021년 9월 26일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신철  주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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