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매일 타종하며 삼종기도 시간 알려
[앵커] 삼종기도는 예수의 잉태와 강생의 신비를 찬미하는 기도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매일 세 차례씩 종을 쳐서 삼종기도 시간을 알리는데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타종하며 삼종기도를 알리는 본당이 있습니다.
전은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12시 삼종기도를 앞두고 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 관리장 신덕순 씨가 성당 계단을 오릅니다.
종탑 아래 마련된 공간에 들어선 후에는 성호경을 긋고 기도를 올립니다.
<신덕순 알폰소 / 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 관리장>
"주님, 오늘도 당신 앞에 나와 종을 치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
전자시계 숫자가 12시로 바뀌자 굵은 밧줄을 움켜쥐고는 힘껏 당깁니다.
순식간에 성당을 가득 채운 맑은 종소리.
삼종기도 타종은 세 번씩 세 차례, 이어 스무 번을 연달아 쳐야 합니다.
종의 무게가 상당하다 보니 몸에 힘을 싣지 않고는 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덕순 알폰소 / 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 관리장>
"배울 때는 점심, 저녁 계속 나와가지고, 계속 두 달 이상 배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줄을 잡고 있으면 사람이 딸려가니까 왜 그런지…"
신 씨는 타종 시간을 놓칠세라 매일 알람을 맞춰두고, 다른 성당의 종소리와 비교하며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그렇게 8년 넘게 종탑 밧줄을 당겨온 그의 손엔 굳은살이 훈장처럼 남았습니다.
돈암동본당은 서울 시내에서 직접 사람이 종을 치는 몇 안 되는 곳입니다.
1991년 '소음진동규제법'에 따라 많은 성당이 타종을 중단하고, 삼종기도 종소리를 전자음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돈암동본당의 종 '골롬반'은 7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많은 이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소리입니다.
<김 마리세실 수녀 /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수녀원>
"신자들 마음 안에는 삼종 종소리가 울리면, 모두가 하던 일을 딱 멈추고 다들 성당을 향해서 바라보면서 삼종기도 하는 모습이 여기는 정말 인상적이에요."
<임진희 루치아 / 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
"사방 어디서나 우리 돈암성당의 종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요. 그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돈암성당하고 연결돼 있고, 나아가서 하느님하고 연결돼 있는 존재구나 그런 걸 느끼면서"
사람들의 칭찬은 신 씨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신덕순 알폰소 / 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 관리장>
"우리 돈암동성당 종소리 들으면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소리가 많이들 물어보세요. 종 치면서도 기도하죠. 종을 침으로써 은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습니다."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을 친다는 신 씨는 돈암동성당의 아름다운 종소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