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희년을 맞아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성상을 봉헌했다는 소식, 지난주에 전해드렸죠.
성상을 봉헌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외과의사의 봉헌금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어떤 이유로 기부를 결심하게 됐는지, 김정아 기자가 만나서 들어봤습니다.
[기자] 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를 통해 성상 봉헌금을 기부한 심주현 교수.
심 교수의 기부는 자신에 대한 속죄에서 비롯됐습니다.
심 교수는 10여 년 전 외과 전공의 시절 맡은 재소자들의 진료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재소자들이) 자해도 하시기도 하고 면도날이나 플라스틱 같은 걸 드셔 가지고 그걸 꺼내드리거나 잘 배출될 때까지 지켜봐야 되는 일들이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선입견 없이 재소자들을 대했다는 심 교수.
하지만 죄목을 알게 된 후 재소자들을 대하는 마음은 전과는 달랐습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갑자기 다르게 보였던 것 같아요. 치료를 해드리는데 갑자기 환자분들이 달리 보이면서 잘해드리고 싶지가 않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심 교수에게 찾아온 회개의 시간.
심 교수는 재소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언행을 반성했다고 고백합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죄인인데 내가 누구를 죄인이라고 이렇게 판단하고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대할 자격이 있나 내가 그럴 권리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에 제가 마음으로서 지었던 죄에 대한 보속의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심 교수는 전공의 시절, 자가면역 질환으로 수술을 못할 정도로 손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외과의사의 길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심 교수는 그때부터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하느님께 기도 아닌 기도를 올리면서 제가 하느님의 자녀라면 저 한 번만 이렇게 당겨주시면 안 돼요? 이런 말씀을 드렸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심 교수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다른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시점에 '너의 삶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느껴지는 거예요.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느끼고 그 이전과는 같은 삶을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심 교수의 삶은 180도 달라졌고, 성상 봉헌을 위한 봉헌금 기부까지 이어진 겁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수용자분들께서도 하느님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면 그 이전과는 같은 삶을 사실 수 없을 겁니다. 성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전과 같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상을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희년을 맞아 재소자들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2025년이 희년이잖아요. 감옥에 계신 분들도 하느님의 자비를 충분히 느끼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자그마한 바람이 있습니다."
심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재소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주현 유디트 / 아주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수용자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 봉헌을 기회로 수용자분들에 대한 관심을 저도 더 쏟고 수용자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설치된 성상으로 재소자들이 주님의 자비하심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