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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 언제나 함께 계시는 하느님 / 문상준 중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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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 마음에 가장 와 닿은 성경구절을 꼽으라고 하면,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이사 41,10)입니다. 힘들 때 이 구절을 떠올리며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느끼면서 ‘신앙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길 잘했다고 느끼곤 합니다.

레바논에 유엔군 참모장교로 개인파병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파병 전에는 막연히 ‘가면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도착한 첫날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출국하기 전부터 심한 감기에 걸린 상태여서 몸도 마음도 편치 않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 처음 보는 사람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하루하루가 괴로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레바논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다수 있다는 점과 레바논유엔평화유지군(UNIFIL) 사령부 내에 프랑스군이 운영하는 공소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공소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면서 알게 된 프랑스군 전우들과 각국에서 오신 신부님을 만나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부쳤던 짐에 넣어 두었던 필사 신약성경이 도착하면서 파병생활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전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성경이 도착하고 나서는 성경 필사에 몰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필사 중 괴로운 마음을 달래 주는 구절을 발견하고 혼자 종일 곱씹어 보며 감격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행사에 초대받아 갔는데 주최 측의 실수였는지 지정석을 안내받지 못하고 일반석에 앉게 됐습니다. 잠깐 당황했었는데 그날 필사한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는 루카복음 14장 11절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주최 측 진행요원이 저를 찾아서 제자리에 안내해 주어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으로 고생하는 날이 많았는데, 한 끼를 해결하게 되면 살아 있을 수 있도록 한 끼를 준비해 주신 하느님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진심을 담은 식전 감사기도가 나왔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즐거운 것을 보았을 때,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을 때도 레바논에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게 됐습니다.

신앙생활이 없었다면 파병 1년을 어떻게 견뎠을지 모릅니다. 외로웠던 파병기간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것은 하느님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가장 힘든 시간에 가장 큰 도움을 주셨던 것처럼 하느님은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문상준 중령(진)은 육군사관학교 62기로, 2006년 보병소위로 임관했다. 육군 제6보병사단, 제13공수특전여단, 제30기계화보병사단, 레바논유엔평화유지군(UNIFIL) 사령부 등에서 지휘관과 참모로 근무했고, 현재는 육군의 희망과 상상을 디자인하는 육군 미래혁신연구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 미래전략과 지식관리기획장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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