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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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책상에 쌓인 화산재 닦듯이 마음도 매일 닦아야

과테말라 <2> 김현진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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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2> 김현진 신부(서울대교구)

▲ 연기를 뿜어내는 ‘불의 화산’. 밤에는 용암이 터지고 흐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거리를 걷고 있는 본당 신자들과 필자.

▲ 떨어지는 화산재로부터 파는 물건을 보호하기 위해 천막을 친 마을 사람들.











화산재와 우리의 마음

제가 사는 마을 주변에는 ‘volcan de agua’, ‘volcan de fuego’, ‘volcan de acatenango’ 이렇게 3개의 화산이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물의 화산’, ‘불의 화산’ 그리고 ‘아카테낭고의 화산’이란 뜻입니다.

예전에는 세 화산이 모두 활동하며, 그 영향으로 많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1773년에는 대지진으로 당시 과테말라의 수도였던 안티구아가 완전히 붕괴되는 바람에 수도가 현재의 과테말라시티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세 화산 가운데 ‘불의 화산’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맑은 날에는 작은 축포가 터지듯이 화산이 터지고,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며, 밤에는 용암이 터지고 흐르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물론 가끔 지진도 있습니다. 이러한 화산의 영향으로, 과테말라의 태평양 쪽 해변의 이름은 ‘검은 모래사장’이라고 불리기까지 합니다. 해변의 모래색이 화산재로 검게 변한 것입니다.

처음 과테말라에서 살기 시작할 때는, 이러한 화산의 활동과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는데 어느새 삶의 일부처럼 느껴져서 화산이 터지거나 작은 지진이 와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계속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근심과 탐욕은 쌓여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화산재를 통해 중요한 화두를 얻게 되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아침, 사제관의 환기를 위해 방의 창문을 다 열어두고 잠시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날씨가 매우 좋아서인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았는데 손바닥에서 이상한 촉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 미세한 화산재들이 사제관 창문을 통해 책상에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책상을 닦으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화산재는 언제나 공기 중에 떠다니고, 어느 순간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방에 들어와 책상에 쌓였다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더라도, 손의 촉감을 통해 그 화산재의 존재를 깨닫게 되고, 청소하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 영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주님 안에서 성사를 통해 신앙생활을 하며 마음을 가꿔 나가는 우리지만, 분명히 이 세상에는 화산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걱정과 근심, 탐욕과 이기심 등이 존재합니다. 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내 삶의 주변에서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잠시 열려 있을 때 내 마음에 조금씩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자주 돌아보지 않는다면, 내 마음에 쌓이고 있는 여러 가지 세상 것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책상에 손을 대 보고 화산재의 존재를 깨달은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주님의 손길과 주님의 시선으로 계속 돌봐 줘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세상에 떠다니는 세속적인 가치로부터 우리의 마음을 늘 깨끗하게 가꿀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선포하신 참 행복 선언 가운데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 8)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처럼 우리의 마음이 깨끗할 때, 우리는 하느님을 뵐 수 있는 큰 행복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의 마음은 성령께서 거처하는 성령의 궁전입니다. 이 마음에 하느님의 것이 아닌 세속적인 다른 것들이 가득 차 있다면,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머물고 싶으셔도 머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산재는 언젠가 땅으로 내려오게 돼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 들어와 우리 삶을 어지럽히고 지치게 만드는 악의, 교만, 시기, 어리석음과 같은 악한 것들은 언젠가 내 마음 한구석에 내려오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혹여나 내 마음에 악한 것들이 혼란스럽게 떠돌아다닌다 하더라도, 걱정하고 좌절하기보다 성사 안에서 내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성령께 청하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성령의 활동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마음 가꾸는 신앙인 돼야

저는 분명 화산이 있는 마을에 살기에, 화산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창문을 꼭꼭 닫고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살아야 하기에, 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 화산재의 존재를 의식하며 제 방을 더 신경 써서 청소한다면 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기에 세상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주님 안에서의 성찰을 통해 내 마음을 가꾸어 나간다면 미움과 질투, 걱정과 근심, 탐욕과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책상을 닦으며, 제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꿀 수 있는 신앙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454-035571-13-101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국민은행 375-01-0091-080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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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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