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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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목마르다는 기도에 응답하신 주님

탄자니아 (2) 이창원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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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2) 이창원 신부(서울대교구)

▲ 이창원 신부와 탄자니아 아이들.

▲ 물동이에 물을 길어 옮기는 아이들. 이창원 신부 제공



한국은 지금 추운 겨울이지만 탄자니아는 여름입니다. 적도 바로 아래쪽 남반구에 위치해 한국이 겨울일 때 여름을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또 여름과 함께 우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곳의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는 별반 크지 않고 늘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갑니다. 다만 여름에는 우기가 시작되면서 바짝 말라있는 대지가 촉촉해져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지요.



우기에 모은 빗물로 건기 버텨

이곳의 우기는 11월 중순부터 시작해 3월까지 하루가 멀다고 비가 내립니다. 그리고 건기는 4월부터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계속됩니다. 건기 중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듭니다.

요즘 저는 걱정이 있습니다. 지금은 매일 같이 비가 내려야 하는 우기임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자니아도 여느 아프리카 나라들과 같이 물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제가 지내는 사제관에서는 지붕에 빗물받이 파이프를 연결해 물탱크로 빗물을 모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기에 내리는 빗물을 잘 모아 그 물로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또 그 물을 먹고 마시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대기 오염이 심각하지 않아 빗물이 깨끗합니다. 물론 물을 마시려면 반드시 끓여서 마셔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수인성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장티푸스와 (이질)아메바, 콜레라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수인성 질병입니다.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해도 완전히 예방되지 않고 병에 걸린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병입니다.

그나마 깨끗한 물을 마시는 저도 늘 조심하며 생활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빗물 탱크를 만들 수 있는 돈이 없거나 여건이 되지 않아 지저분한 호수의 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장티푸스와 콜레라에 쉽게 노출이 되지요.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우물을 파서 마을 사람들이 마음껏 물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가 있는 이 지역은 대부분 암반 지역입니다. 그래서 물을 찾기 쉽지 않고 물이 있다 하더라도 나트륨 함량이 높은 소금물이기에 사람들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커다란 빗물 저장 탱크를 두 개 더 마련했습니다. 사실 작년 건기 때에는 사제관에서 쓰는 빗물 탱크가 일찌감치 바닥이 나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빗물 탱크의 물을 저만 사용한다면 건기를 버티기에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본당의 교우들이 크고 작은 행사에 함께 사용하고, 사람들과 아이들이 사제관을 지날 때마다 사제관에 들러 물을 마시고 가기에 사제관의 빗물 탱크는 금방 바닥이 드러나지요.



목마른 사제 위해 발벗고 나선 복사들

지난번 사제관 빗물 탱크가 바닥을 드러내자 구세주처럼 등장한 건 본당의 복사 아이들이었습니다. 사제관 물이 떨어졌다고 고민하는 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복사 아이들이 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있는 성당 옆에는 평신도 선교사들이 사용하는 빗물 탱크가 있는데 그곳에서 물을 길어 사제관 물탱크로 옮겨 주겠다는 것이었지요. 그곳의 물탱크는 얼마 전에 새로 지어 사제관 물탱크보다 크고 물의 양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복사 아이들은 들통에 끈을 묶어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이 빗물 탱크에서 물을 길어 커다란 플라스틱 이동식 물탱크에 옮겨 담았고, 다시 그 물을 사제관 물탱크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이들은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그 일을 했지요. 아이들의 그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니 아이들은 웃으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신부님! 우리도 이 물을 마시고 사용하잖아요.”

언제 어디서나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나오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지냈는데 그러한 삶도 참으로 감사한 삶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해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데 저는 지금껏 아무 생각도 없이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았었나 하는 반성도 듭니다.



미사 중 내린 비에 감사기도를

처음으로 스와힐리어 미사를 봉헌하던 재작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스와힐리어 첫 미사였으니 저에게는 참 의미 있는 미사였습니다. 그때는 건기가 심할 대로 심한 10월 중순이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기 전에 이곳 사람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을 때 엄청난 모래 폭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래바람이 심하게 성당 벽과 지붕을 두들겨대기 시작했고 창문을 다 닫고 있어도 먼지가 성당 안으로 들어와 금방 성당 안이 뿌옇게 변해 버렸죠. 저는 슬픈 마음이 들어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왜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어렵게 지내야 합니까? 제발 이들에게 하루빨리 비를 내려 주십시오.”

곧 미사가 시작되었고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저는 계속 하느님께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읽어 내려가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둑… 두둑… 후드득!”

갑자기 굵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미사 시간 내내 계속됐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Tumshukuru Mungu!”(스와힐리어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는 뜻입니다)

장대비가 철제 지붕에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미사 시간 내내 크게 소리를 질러가며 미사 경문을 읽어 목이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정말 행복했답니다.



도움 주실 분

문의 : 02-747-2407, 서울대교구 해외선교후원회

우리은행 454-035571-13-101

국민은행 375-01-0091-080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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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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