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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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여전히 기쁘고 건강하게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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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에게 고해성사를 주는 이창원 신부.

▲ 탄자니아인 아버지와 아기가 해맑게 웃고 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가장 큰 부담감은 탄자니아에 한국인 사제가 저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생활환경도 완전히 다른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많이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와힐리어 학교에 들어가서 언어를 배울 때는 공부도 어렵고 음식도 맞지 않고, 몸도 안 좋아서 진한 향수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 고민했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흐를수록 말도 조금씩 들리고 이곳 사람들의 얼굴이 익숙해지고 음식과 기후와 문화에 조금씩 편안해지면서 지금은 그리 외롭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여전히 강론을 준비하고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는 부담스럽지만, 제가 무엇인가를 얘기하면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저의 어설픈 스와힐리어가 사람들을 웃게 하거든요. 사람들이 웃으면 저도 함께 웃고, 제가 웃으면 사람들도 웃습니다. 웃음은 언제 어디서나 행복을 가져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곳 사람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요. 탄자니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와병 중에 몸과 마음 돌아봐

사실 이곳에 있으면서 몇 번 몸이 아팠습니다. 말라리아에 몇 번 걸렸고 아메바성 이질, 장티푸스도 걸렸죠. 특히 제가 있는 부기시라는 이 지역은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말라리아모기를 조심하기 위해서 긴 소매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를 뿌려도 어쩔 수 없이 모기에 물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행히 제가 있는 성당 옆에는 아프리카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진료소가 있어서 말라리아 증세가 나타나면 진료소에 가서 피를 뽑아 검사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약을 최소한 3일간 먹으며 푹 쉬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에 걸리면 공소 미사도 못 가고 침대에 누워서 쉬어야 합니다. 그렇게 누워있으면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무리해서도 안 되고, 욕심부릴 것도 없고, 천천히 나아가야 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몸이 아플 때 더욱 주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리게 된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를 소홀히 하다가도 몸이 아프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몸과 마음을 한 번 더 챙기게 됩니다. 그러기에 몸이 아프고 피곤할 때는 주님 안에서 잘 살도록 몸과 마음을 돌보라는 신호라는 생각도 듭니다.



불붙은 숯 위를 걷다 화상 입은 자매

이곳에서 제가 느끼는 또 다른 어려운 점은 가톨릭 신앙인들이 비신앙인적인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주일에 열심히 미사를 봉헌하면서도 뿌리 깊은 토속 신앙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성당이나 병원을 찾기보다 마을의 무당을 찾아갑니다. 한 번은 병원에 환자 방문을 갔다가 다리에 심하게 화상을 입은 자매를 만났습니다. 그 자매에게 왜 그렇게 화상을 입었느냐고 물었더니 마을의 무당이 불붙은 숯 위를 걸어가면 아픈 다리가 낫는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무지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무지함과 삶의 궁핍함으로 쉽게 유혹에 빠지고 죄를 짓지만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며 지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먼저 내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야

또한 탄자니아 교구의 신부님들이 가난한 시골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고 도심지에서 사목하기를 좋아하며, 권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신앙심이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금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의 모습 안에서 이 사람들과 별반 다름없는 제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떤가? 나는 얼마나 주님을 믿고 따르고 있는가? 이 사람들은 잘 몰라서, 삶의 가난과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다고 하지만, 나는 다 알고 있고 다 누리고 있으면서도 죄를 짓는데…. 그러면 내가 더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저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저의 의심과 편견도 사라지고는 합니다.

매일 같이 차를 타고 여러 공소를 다니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하루하루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고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시금 힘을 얻고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건 바로, 함께 하고 계시는 주님이 계시다는 것, 분명 그분께서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고 계심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제품을 받을 때 정했던 수품 성구가 ‘주님께서 아십니다’(요한 21,16)인데 그 말씀처럼, 주님께서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저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을 마련하신다는 사실이 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돼서 저를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가끔 재작년 4월 명동성당에서 있었던 선교사 파견 미사를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기쁘게” 지내겠다고 미사에 함께 해주신 교우분들과 하느님 앞에 말씀드렸습니다. 절대 서두르지 말라고 많은 선배 선교사들이 말씀해 주셨고, 욕심을 내는 순간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선교사로서 기쁘게 살고 싶은 마음에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는 그때 제가 한 말을 기억하고는 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곳 탄자니아에서 여전히 기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도움 주실 분

문의 : 02-727-2407, 서울대교구 해외선교후원회

우리은행 454-035571-13-101

국민은행 375-01-0091-080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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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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