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생명31운동` 선포식에서 생명의 고귀한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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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인체를 연구해 의학박사가 된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 과거까지 치면 수십, 수백 만 명은 되지 않을까? 그럼 어지간히 연구를 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텐데 아직도 연구할 게 남아 있나?’
어느 의학박사에게 이 궁금증을 털어놨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많은 것을 압니다. 해부학은 인체를 샅샅이 뒤지다시피 다 살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체는 너무나 신비스러워서 무한한 연구 대상입니다."
우리는 풀잎 하나, 꽃잎 하나에 있는 생명의 신비를 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도 있지만, 어떻게 한 알의 밀알 속에 몇 십 배의 열매를 내는 생명의 힘이 있는지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이 신이 없다고 말하는 그 혓바닥 기능의 오묘함이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인 구상(요한 세례자)은 `말씀의 실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영혼의 눈에 끼었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며
나를 에워싼 만유일체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무심히 보았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에나 접한 듯
새삼 놀라웁고
창 밖 울타리 한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 꽃도
부활의 시범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