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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

"나 너를 사랑하는 줄을 너 알으시나이다" (요한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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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에게 성경 말씀은 등대와 같다. 거친 풍랑과 맞서 싸우는 어부에게 등대는 생명의 빛이다. 성직자들이 사제품이나 주교품을 받을 때 선택한 성경 말씀(성구)과 성구에 얽힌 이야기를 연재한다. 신앙을 돌아보고 성경을 가까이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1961년 3월 18일 명동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그때 수품 성구로 택한 성경 구절이 "나 너를 사랑하는 줄을 너 알으시나이다"(요한 21,15)입니다.

 나는 그때 감히 내가 거룩한 사제가 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사제품을 받기 위해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동안 6ㆍ25전쟁 때 죽을 고비를 넘기던 일들이 마치 영화의 순간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 많은 죽을 고비에서 제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제가 되라는 하느님 뜻이었습니다.

 이제 나의 인생은 덤으로 받은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제서품 미사 중 죄 많은 내가 어떻게 성스러운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감정이 북받쳐 많이 울었습니다. 감격스럽고 또한 동시에 두렵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나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성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묻자 베드로가 한 대답입니다(요한 21,15-19 참조). 당연히 베드로는 예수님이 붙잡혔을 때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일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배신자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님을 모른다고 한 후 주님과 눈을 마주친 다음 밖으로 나가 슬피 울며 자신의 행동을 뉘우쳤던 것입니다. 회개야말로 배신자 베드로를 으뜸 제자로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때 나의 마음이 베드로와 같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님 보시기에는 잘못투성이일 겁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아무리 부족할지라도 마음만큼은 주님과 함께한다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성경에서 보면 베드로는 결점도 많고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철저히 체험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속적 관점에서 보면 더 유능하고 똑똑한 제자들이 있었는데도 예수님은 그를 으뜸 제자로 세우셨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습니다. 죄를 짓기에 신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부족하고 죄 많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회개임을 베드로 사도는 가르쳐줍니다.

 또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라"고 말씀하십니다(요한 21,19). 예수님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합니다. 심지어 가족과의 작별인사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힘든 일입니다.

 나는 지난 50여 년 동안 나의 모든 것을 버렸는가 가끔 자문해 봅니다. 부끄럽게도 모든 것을 다 버렸다고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또한 다시 한 번 반성합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다 버렸는가?" 여전히 부족하지만 매일 최선을 다해 살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매일 매순간 감사드립니다. 그것이 주님이 나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에 대한 최소의 응답이라 생각합니다.


 
▲ 1961년 사제품을 받을 때 정진석 신부는 자신이 펴낸 책 「장미꽃다발」로 서품 상본을 대신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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