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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하느님 향한 첫마음이자 내 인생의 영적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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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허한 기도와 성실한 노력으로 주께 의탁하오니, 나의 힘, 나의 방패 야훼시여(시편 28,7)

   한 평생 당신 은총 속에 머물게 하소서(시편 27,4)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인생의 수많은 길에서 나는 아주 특별한 삶을 선물로 받았다.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제의 길.

 대부분 사람들은 인생 여정을 시작하면서 고유한 삶의 나침반을 지니고 살아간다. 나 역시 사제품을 받으면서 선택한 성구는 하느님을 향한 나의 첫 마음이었고 나를 영원으로 이끌어주는 영적 나침반이 되었다.

 나는 1975년 사제품을 받으면서 주님을 향한 겸손한 기도와 그분의 크신 힘에 늘 의탁하는 마음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사제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느님 손 안에 제 일생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두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리 1,21)라고 말씀하신 사도 바오로의 마음처럼 그렇게 온전히 겸허한 기도로 주님께만 의탁하고 싶었다.

 그러나 실천이 없는 기도는 향기가 없는 꽃과 같지 않겠는가. 기도만 하고 제가 해야 할 몫을 하지 않는 것도, 그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만 맡기는 행위는 바리사이의 기도와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기도의 지향에 합당하고도 성실한 모습을 통해서 주님의 뜻이 내 안에 이뤄지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는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께서 "모든 것이 오직 하느님에게 매인 것처럼, 그렇게 기도하여라. 그러나 네 구원이 완전히 네게 매인 것처럼, 그렇게 협력하여라"라는 말씀대로 은총과 인간의 협력 문제를 명쾌하게 표현하신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겸손의 고삐를 조절하지 않으면 그 순간 교만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곤 한다. 그래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 사랑의 마음을 기억하며, 나도 사제들과 신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마음으로 매일 나의 양말을 손으로 세탁한다.

 그리고 주교로 임명되면서 나의 모든 기도의 소망이 오로지 주님 뜻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청하는 뜻으로 "주님 뜻대로!"(루카 1,38)를 주교수품 성구로 선택했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에게 예수님 잉태 사실을 알렸을 때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라고 성모님은 주님 뜻에 순명하셨다. 주님 뜻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지도록 응답하신 성모님의 그 뜻을 나도 따르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주교 문장도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의 날개를 손과 발로 형상화해 성령의 손발이 되어 성령의 역사하심에 모든 것을 맡기고자 했다.

 주 하느님만이 내 생애의 힘과 방패가 되어주시고, 나의 겸허한 기도와 성실한 목자의 삶을 통해서 저에게 허락하신 생명을 다시 돌려드리는 그 순간까지,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은총 속에서 수품 때 드렸던 첫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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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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