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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 성구와 나]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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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이 말씀은 내게 늘 힘과 용기를 준다. 그래서 나의 문장에 새겨 넣었다.

 나는 예전에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정상적인 길을 가려 하니 너무 먼 것 같아 샛길, 아니 아직 길이라고 하기에는 몇 사람 정도 다녔을 법한 그런 길을 택해서 가고자 했다. 내 생각으로는 그 길로 가면 일행보다 훨씬 목표 지점에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들어선 길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났으니 땅벌이었다. 급히 가다가 땅벌 집을 건드렸는가 보다. 땅벌들이 `웽웽` 소리를 내며 돌진해왔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뛰고 또 뛰었다. 그러나 몇 마리는 이미 내 머리카락을 헤집고 들어와서 쏘았고, 한 마리는 목덜미를 쏘았다. 이마에서 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머리가 뚱뚱 붓고, 뒷덜미가 찐빵처럼 부어올랐다. 길을 잃고 헤매다 늦게야 목표 지점에 도달해 일행에게 큰 근심을 안겼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나는 `길`은 중요하다고 명심했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것, 샛길은 위험하다는 것을 명심했다. 신앙의 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복지에 안착하기까지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디며 고난의 길을 갔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었다.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들의 판단을 믿고 샛길을 가기도 했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좌절을 경험하고 다시 돌아와 정도를 걸으며 평안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예수님은 우리 인생의 길이시다. 그분은 길 자체이시기도 하고, 길을 안내하는 분이시기도 하다. 그 길을 가야 안전하다. `혹시 다른 길이 없나?` `혹시 쉬운 길은 없나?` 하고 기웃거리다가는 혼쭐이 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예수님은 내 인생의 길이심을 늘 기억하고 살아간다. 다른 데에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루카19,41-42).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길을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 않았기에 멸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길을 잃은 사람들이 가여워 눈물지으셨던 것이다. 나도, 우리 모두도 길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님은 진리이시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분,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느님이시다. 그보다 더 큰 진리, 더 위대한 진리가 어디 있겠는가! 하느님께서 이 우주를 창조하시고, 인간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셨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나 인간의 허황됨은 하느님과 같아지려 했고, 사탄을 따라가면 무슨 땡수가 날 것으로 생각했던가 보다. 그것이 원죄였다. 원죄의 결과는 좌절과 슬픔, 어둠, 영원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셨다. 그래서 구세주를 보내시고자 했으나, 누굴 보낼까 궁리하시다가 당신이 직접 나서시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셨다.

 그분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인간을 구원하셨다. 이제 우리는 구원받았다. 이보다 더 큰 진리는 무엇인가! 세상에 위대한 인물들이 진리를 말하나 예수님은 진리 자체이시다.

 그분은 우리에게 영생을 주셨다. 죽어도 죽음이 아닌 생명을 주신 분, 그분을 믿는 사람, 그분을 의지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생로병사`가 계속된다. 참으로 인생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늙고 병든다는 것, 죽어야 한다는 것은 불안하고 절망적이다.

 예수님은 불안한 인생들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 참 생명이 있다. 예수님 말고 딴 데 가서 영생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나의 길, 진리, 생명이시다. 순교자들은 이미 그 진리를 깨닫고, 순교하면 더 큰 생명, 영원한 생명인 예수님과 하나 되어 살 수 있다고 믿었기에 작은 생명을 바쳤다.

 나도 영원한 생명을 위해 살고 있다. 예수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그분 안에서 희망하며 살아간다. 그분이 영생으로 나를 안내하실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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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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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85장 14절
정의가 그분 앞을 걸어가고 그분께서는 그 길 위에 걸음을 내디디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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