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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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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 (시편 42,2)

"끊임없이 기도하며"(1테살 5,17)


 
 나의 사제수품 성구는 시편 42편에서 인용한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이고, 주교수품 성구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5장 17절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를 약간 변경시킨 "끊임없이 기도하며"이다.

 나는 사제품 받는 이들이 상본을 만든다는 것을 사제품 받기 한 달 전에야 알았다. 상본에 성구를 넣는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나는 `성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건 주로 성경구절을 의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기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늘 생각했고, 거기다가 여러모로 부족함을 지닌 나에 대해 걱정해 왔기에, 그 부족함들을 극복하는 길은 기도와 하느님 말씀이라고 보고, 즉시 기도와 관계된 성경구절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도원에 입회하자마자 체험하게 된 새로운 것은 수도원에서 매일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하고, 하루에 네 차례 바치는 시간경(성무일도), 곧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그리고 끝기도에 참여하고, 아침과 저녁 묵상시간에 참여하는 일이었다. 시간경을 바치기 시작하면서 성무일도에는 시편기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시편 가운데 몇 개 구절이 매우 좋았고 그 구절들은 내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구절들이며, 내가 사제품 받은 후 첫 미사를 위해 만든 상본에 실은 성구도 바로 그 구절 중 하나였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 사제들을 위한 성령쇄신묵상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묵상회에 함께 참석하신 서울대교구의 김 모 신부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이 신부님은 대뜸 나에게 "신부님은 사제품을 받을 때 만든 상본에 무슨 성구를 적어 넣었습니까?" 하고 물으셨다. 시편 40편의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가 좋아 그 구절을 성구로 삼았습니다" 하니, 그 신부님은 "아이고, 그런 구절을 택하셨으니 수도원에 들어가셨지. 나는 병과 관련된 성구를 넣었는데 이상하게도 병에 잘 걸립니다. 이상하게도 성구에 적어 넣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 신부들에게도 무슨 성구를 썼는지 물어보는데, 그 성구대로 그들 삶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에 나는 가끔 혼자 "그래, 그 신부님이 하신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나보고 기도 더 많이 하라고 수도원으로 보내셨다" 하고 중얼거렸다.

 2010년 7월 군종교구장 주교로 임명받았을 때,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주교 문장을 만들어야 하고 그 문장에다 역시 성구를 넣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훌륭한 화가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이종상 화백께서 내 기대에 흡족한 주교 문장을 디자인해주셨다. 문제는 어떤 성구를 넣느냐였다.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성경말씀을 하나 택해 약간 변형을 시켜 만들어냈다. 그러고 나서는 나의 전임이신 이기헌 주교님께 갖다 보여드렸다.

 주교님이 읽으시더니, 잠시 침묵하신 후 "성구 문장이 좀 긴 것 같습니다"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구절을 포기하고 이틀 정도 고민하며 새 성구를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평소에 가끔씩 되새기는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5장 17절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가 떠올랐다. 우선 짧아서 좋았다. 그런데 `이 구절이 마치 내가 기도를 대단히 많이 하는 사람인 척하는 인상을 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시간 여유도 없고 또 다른 성구도 떠오르지 않아, 이 구절을 약간 변형해 "끊임없이 기도하며"로 정했다.

 그러던 어느날 성무일도를 바치면서 사제품 때의 성구인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워하나이다"를 읽게 됐을 때, 문득 내 마음 안에서 `아, 나의 사제품 성구도, 주교품 성구도 모두 기도에 관계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기도의 삶에 더 충실하자. 기도로써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고 그분께 더 가까이 나아가자. 기도로써 더 변화되는 삶을 살자`는 희망 어린 결심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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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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