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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나는 너를 이방인의 빛으로 파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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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제품을 받으며 “나는 너를 이방인의 빛으로 파견한다”(사도 13,47)는 말씀을 택했습니다.

신학생 신분으로 저는 최전방 부대에 배속돼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군대 생활을 했습니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몇몇 신자 장병들과 모임을 시작해 교리반도 개설하고 공소 예절도 했습니다. 부대 안에 작은 진지(벙커)를 집회소로 사용하면서 군인 신자들의 수는 늘어만 갔습니다. 군종 활동을 하면서 군대 고참(선임자)에게서 많은 얼차려를 받고 매질을 당하며 고통이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부대 여건 속에서도 새로이 신앙생활을 시작한 군인들과 복음적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몇 차례 영세식도 있었고 부대 분위기가 변했다고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새로 신자가 된 군인들이 삶을 통해 신앙의 맛을 느끼며 보람 있는 군 생활을 하는 아름다움도 있었습니다.

군 제대 후에 로마로 유학을 떠났고 ‘선교’를 주제로 열린 국제 모임에서 저는 군 생활을 통한 선교 체험담을 발표해 많은 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저의 군 생활 체험담을 들으신 장상께서는 저에게 군대에서의 네 삶은 “나는 너를 이방인의 빛으로 파견한다”(사도 13,47)는 삶과 같다는 말씀과 함께 빛이 되기 위해서는 늘 십자가를 사랑해야만 빛이 될 수 있다는 매우 감동적인 말씀과 해설을 글로 써 주셨습니다. 그분은 제가 매우 존경하는 분이었으므로 그분의 말씀인 “나는 너를 이방인의 빛으로 파견한다”를 사제서품식 당시 수품 성구로 결정했습니다.

주교로 임명된 후에 주교품을 받을 준비를 하면서 주교 문장을 만들어야 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제품을 받으며 택하였던 ‘빛’을 주제로 묵상하다가 주교직의 표어로 “Lux Mundi(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 라는 말씀을 정했습니다. 초는 자신을 태우면서 빛을 밝힐 수 있고, 먼저 죽어야만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부활하신 빛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저 자신이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별히 저의 탄생지이고, 제가 생명을 바쳐 착한 목자의 삶을 살아야 할 대전교구 내포 지방은 수많은 순교자가 죽기까지 신앙을 지키신 거룩한 땅입니다. 저도 십자가를 잘 사랑하는 삶을 통해 부활한 빛을 이웃에게 줄 수 있는 목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죽음을 통해서만 부활의 빛을 비출 수 있으므로 저에게 잘 죽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 자신을 낮추고, 나 자신을 비우고, 나 자신이 죽을 때만이 부활한 빛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묵주기도에 ‘빛의 신비’를 첨가하신 것처럼 어둠을 밝히는 빛이 돼 이웃을 밝힐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특별히 21세기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복음의 빛을 비출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또한, 모든 이들과 세상 만물을 하느님께서 보시듯이 볼 수 있기 위해 늘 빛 안에 머무를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빛이 있을 때에 비로소 올바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빛이신 예수님을 낳아주신 성모 마리아처럼 한없이 부족함이 많은 저 자신이 교회 안에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품는 삶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예수님을 낳아주는, 작은 마리아로 존재하는 주교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성모 마리아에게 저의 주교직을 맡겨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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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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