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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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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기도와 감사는 저를 사제로 부르신 주님께 드리는 저의 최소한의 응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신앙이 한평생 저의 사제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어떤 길을 가든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며 하느님께서 지시하신 길이라면 그 길은 가장 고귀한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기뻐하며 기도하는 일, 그것은 저 자신을 모든 일에 감사하는 복된 삶으로 인도하는 단초가 되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이 말씀을 사제 수품 성구로 선택했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

감사하는 마음은 언제나 제가 ‘사랑받고 있는 존재’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깨달았을 때는 어디선가 힘이 솟는 것 같았고 하는 일도 즐거웠습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신명났습니다.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1코린 4,7)라고 말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제가 된 것이 그랬고 매일매일 사제로 살아가는 것 자체도 그랬습니다. 이것이 사제로서 저의 첫 마음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했습니다. 그렇게 뜨겁고 열정적이던 모습이 자신도 모르게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제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감사를 받으며 사는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신명나게 살았던 제가 거꾸로 감사받는 자리에서 떠받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하느님께서 그때마다 저를 치셨습니다. 새롭게 부르셨습니다. 새로운 길로 부르셨습니다. 이제야 생각하니 그것이 하느님께서 저를 새롭게 사랑하시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주교직을 받아들이게 된 것도 그런 과정 중의 하나였습니다. 주교가 된 이후에도 제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지 않자 또 다른 방법으로 저를 치셨습니다. 이 또한 제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제가 받아들이니 하느님께서는 평화의 복을 주셨습니다.

십자가 중에서도 감사하며 살 줄 아는 지혜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사제의 첫 마음을 그리워하며 기쁘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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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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