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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도로명에 깃든 평신도 역사와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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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사에서 평신도가 가진 존재감은 남다르다. 애당초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가 세운 신앙 공동체에서 출발하지 않았던가. 중국 북경에서 세례받은 이승훈(베드로)이 이 땅에 신앙을 전한 지도 올해로 237년. 그동안 수많은 평신도가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겨왔다. 덕분에 우리는 전국 각지 도로 이름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경기 화성 ‘장주기길’

경기도 화성시에는 성인 이름이 붙은 도로가 있다. 장주기(요셉, 1803~1866) 성인에서 따온 ‘장주기길’이다. 이 길에는 수원교구 은계동성당이 자리한다. 성인은 화성 요당리성지에서 나고 자라 23세에 세례받았다. 이후 성 모방 신부에 의해 회장에 임명돼 20년간 박해를 피해 다니며 직무를 수행했다. 그는 1855년 충북 배론에 성 요셉 신학교가 설립될 때 자기 집을 봉헌하고, 관리직을 맡기도 했다. 성인은 병인박해 때 충남 갈매못에서 순교했다.






경기 부천 ‘안중근로’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 경기도 부천시에는 그를 기리는 ‘안중근로’가 있다. 안중근공원을 지나 붙은 이름이다. 공원에는 부천 자매도시인 하얼빈시가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보낸 안 의사 동상이 있다. 안 의사는 독실한 신앙인이기도 했다. ‘영적 스승’인 빌렘(1860~1938,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는 안 의사의 신앙생활이 “매우 모범적”이라고 기록했다. 빌렘 신부는 안 의사에게 세례성사와 생애 마지막 고해성사ㆍ병자성사를 준 사제다.



경기 부천 ‘지봉로’

부천에는 지봉 박제환(마르코, 1905~1995) 선생에서 이름을 딴 ‘지봉로’도 있다. 선생은 농림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963년 전 국무총리 장면(요한 세례자, 1899~1966) 박사 인도로 가톨릭에 입교했다. 이후 귀향해 부천 역곡본당 사목회장을 맡는 등 신앙생활에 전념했다.




서울 중구·마포 ‘손기정로’

서울 중구와 마포구에는 손기정로가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마라톤 영웅’ 손기정(아우구스티노, 1912~2002) 선생을 기리는 도로다. 손기정로는 손기정체육공원을 지난다. 현재 공원이 있는 자리는 그의 모교인 양정중ㆍ고등학교 옛터다. 선생은 1987년 서울대교구 천호동성당에서 세례받았다.


전남 영암 ‘낭산로’

‘손기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일장기 말소 사건’이다. 동아일보가 그의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1936년 8월 25일 자 신문에 내보낸 일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동아일보 주필이던 낭산 김준영(요한, 1895~1971) 선생은 사직을 당했다. 그의 고향 전남 영암군에는 ‘낭산로’가 있다. 일제강점기 언론인으로 활약하던 선생은 해방 후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사도법관’ 김홍섭(바오로, 1915~1965) 판사의 장인이기도 하다.





전남 목포·무안 ‘후광대로’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평화상)을 받은 김대중(토마스 모어, 1924~2009) 전 대통령도 독실한 신자다. 김 전 대통령은 1957년 장면 박사를 대부로 당시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 집무실에서 세례받았다. 이후 납치와 사형선고 등 고난에 찬 정치 역정 속에서 신앙은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그의 정치적 고향 전남 목포시와 무안군에는 ‘후광대로’가 있다. ‘후광’은 김 전 대통령의 호다.






강원 원주 ‘무위당길’

강원도 원주시에는 ‘무위당길’이 있다. 원주 출신으로 1980년대 ‘한살림 운동’을 펼친 무위당 장일순(요한 세례자, 1928~1994) 선생을 기리는 길이다. 선생은 일생을 민주화ㆍ생명문화 운동에 헌신했다. 원주교구장 지학순(1921~1993) 주교와 특히 뜻이 잘 맞았다. 그는 원주교구 초대 평신도협의회장을 맡기도 했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가톨릭농민회의 활동도 뒷바라지했다.





경남 고성 ‘제정구길’

국회의원을 지낸 ‘빈민사목의 대부’ 제정구(바오로, 1944~1999) 선생을 기리는 명예도로도 있다. 그의 고향 경남 고성군에 있는 ‘제정구길’이다. 선생은 1973년부터 도시빈민 운동에 투신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를 교구장 자문기구로 설립한 것도 그였다. 선생은 1986년 일생의 동지인 미국 출신 정일우(예수회, 1935~2014) 신부와 ‘아시아의 노벨상’ 막사이사이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충북 보은 ‘성모길’

한편,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는 놀랍게도 ‘성모길’이 있다. 성모 마리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라 붙은 이름이다. 바로 아시아 최초 카르투시오 여자수도원, ‘주님탄생예고 카르투시오 수녀원’이다. <계속>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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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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