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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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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 정치권 화두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배분 방식 이견에서 시작된 논쟁은 급기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는지 여부 확인으로까지 번졌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무엇인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국가 또는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소득 및 자산 조사를 하거나 노동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시민에게 일정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복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복지제도에는 정부가 세금을 바탕으로 필요한 대상을 선정하고 자금을 배분한다. 여기에서 납세자와 수혜자는 대체로 불일치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에는 납세자와 수혜자가 일치한다. 언뜻 보기에 “공산주의 제도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밀튼 프리드먼이나 폴 크루그먼 등 보수 성향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더 선호하고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18세기 철학자 토마스 페인은 토지가 공공재이므로 지대 수입을 모두에게 일정하게 지급하자고 주장했는데, 이는 훗날 경제학자 토니 앳킨슨의 부동산세를 통한 기본소득 주장의 기초가 됐다. 20세기 들어, 특히 1960년대 이후 여러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1970년대 이후로는 미국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 제안과 사회적 실험이 이뤄졌다. 스위스는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위해 2016년 국민투표를 실시해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찬성 23, 반대 77로 부결됐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자원 수입을 기초로 기본소득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6~7년 전부터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자본가들이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사회에서 현재처럼 임금노동을 매개로 부를 분배하는 방식으로는 사회 구성원의 삶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찬반논쟁도 뜨겁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반대 논리로 지적된다. 또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부터 노동의지를 감퇴시켜 사회 전체 생산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직은 각 나라마다 적극 도입을 결정할 만한 장기적인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논의와 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교황은 소득불평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불안정 노동 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긍정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저서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에서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노동자들을 가난의 덫에 옭아매는 고용 조건을 거부할 수 있는 존엄함을 노동자들에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복지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떨쳐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보편적 기본소득제도가 한국 사회에도 뿌리내릴 수 있을까?

서울대교구 전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이 제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향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꼭 기본소득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가톨릭교회는 모든 하느님 백성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며 “사회를 지배하는 소수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혜택을 받는 사회 변화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또 “나라마다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존재하고,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도입이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된다면, 인간존엄과 생명수호,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 도움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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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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