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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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75)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된 두 개의 메시지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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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해 많은 전통들이 있는 가운데, 가톨릭교회가 또 다른 전통을 세운 것처럼 보인다. 특히 민주당 출신 대통령일 때 말이다.

12년 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취임식까지 기다리던 전례를 깨고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11월 5일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오바마의 승리에 희망을 담은 기사를 쏟아냈다. 당시 조반니 마리아 비안 편집인은 오바마가 ‘낙태 찬성주의자’ 대통령이 아니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교황청의 이런 입장은 당시 프란시스 조지 추기경이 이끌던 미국 주교회의의 강경노선과는 대조됐다. 미국 주교회의는 낙태 문제에 대해 오바마 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웠고, 조지 추기경은 교황청 국무원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교황청과 미국 주교회의는 지난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당일 각각 엇갈리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는 숭고했으며 의견충돌은 피했다. 하지만 미국 주교회의 의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가 보낸 메시지에는 기도하고 지지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새 행정부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낙태와 피임, 동성혼 등의 이슈에 관해 날선 각을 세웠다.

분명히 말하면, 이 두 개의 다른 메시지가 교황은 당근을 주고 미국 주교회의는 채찍을 휘두르는 공동 전략으로 볼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를 둘러싼 교황청과 미국 주교회의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표현된 것으로, 어느 한쪽도 만족스럽지 못한 접근 방식이다.

2009년과 2021년 사례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8년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 주교단은 낙태 이슈로 탄탄히 뭉쳐있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주교단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뽑은 주교들은 교황청의 입장에 서 있다.

1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장 믿음직한 측근 중 한 명인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트위터를 통해 고메즈 대주교의 메시지는 “신중치 못했다”면서 메시지 초안에서 주교단과의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주교회의 내부의 구조적 결함”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까지 말했다.

현재 미국 주교단 내에는 세 부류 세력이 있다. 하나는 교황청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 주교회의 지도부이며, 나머지는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는 지도부에 반대하고 있는 그룹이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일치와 화합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보여주는 이러한 분열은 우울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 적어도 교황청과 미국 주교회의의 메시지에서 보여준 이 불화에는 ‘솔직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긴장이 교황청과 미국 주교회의, 혹은 수피치 추기경과 고메즈 대주교 사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미국 가톨릭 신자 사이에도 이러한 의견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실제로 교회가 새 행정부와 짝을 이뤄 더 큰 포용을 이루고 인종차별 철폐, 환경 문제 등의 현안을 해소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많은 미국 신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존경한다. 그가 단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거나 인간적인 면모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미국교회가 취임 첫날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적이 되길 바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메즈 대주교처럼 많은 미국 신자들은 태아 보호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의 정책 중 절대 지지할 수 없는 친(親)낙태 정책의 실상을 받아들이기 힘든 고충을 겪고 있다. 한 예로,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1월 21일 세계보건기구에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에서 낙태를 시술하거나 환자의 낙태를 돕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막는 이른바 ‘멕시코시티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바이든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던 가톨릭 신자들은 낙담하게 될 것이고 또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도 걱정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 다른 세력의 갈등을 보여준 취임식의 서로 다른 메시지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몇몇 주교들은 바이든과 전쟁을 하려들 것이고, 다른 주교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평화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주교회의가 조용하고 좀 덜 공개된 방식으로 이러한 대비를 조율할 방법을 찾기까지 서로 옥신각신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밑물작업은 세력 간 경쟁이라기보다는 본능과 분열된 마음이 서로 버티는 상황이 될 것이다. 만일 당신이 정치적 견해보다 신앙심을 통해 교황청과 미국 주교회의, 수피치 추기경과 고메즈 대주교를 바라본다면 연민을 느끼고 이들 사이에 매듭을 지을 마법과 같은 공식을 바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바이든은 이제 막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미국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교회와 바이든의 관계는 다양한 극적 요소를 만들어 낼 것이며, 그가 어떻게 바늘에 실을 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마도 그가 낼 결과가 의도치 않게 신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면 그리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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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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