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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76) 주교시노드는 교황청 부서가 아니다 /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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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나탈리 베카르 수녀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사무처 공동 사무국장에 임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은 진정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역사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52세인 베카르 수녀는 교황청에 근거지를 둔 기관의 2인자 자리에 오른 첫 여성일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주교의 직무였던 자리에 오른 첫 평신도이기도 하다. 함께 사무국장에 임명된 루이스 마린 신부는 주교로 임명돼 서품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모두 베카르 수녀가 서품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여성을 사제나 주교로 서품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교황은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에서 “이는 여성을 성직자로 만들자는 방향으로만 몰아갈 수 있다”(100항 참조)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직주의와 성직화라는 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전에서 아주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베카르 수녀의 임명은 교회의 최고위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 참여 문호를 연 중요한 계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보도한 기사들에서는 주교시노드의 실제 본질과 로마 가톨릭교회의 지배구조에서 주교시노드의 위치에 대해 궁극적으로 오해한 측면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들은 단지 기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학자와 사제, 주교를 비롯한 교회 ‘전문가’ 역시 오해하고 있으며, 시노드에 관해 부정확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논쟁을 벌이며 상대방에게 언어 사용의 정확성을 위해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를 내리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용어에는 각자 그 내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마도 여러분은 베카르 수녀가 교황청 고위직 혹은 교황청 조직의 요직에 임명됐다는 보도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주교시노드는 교황청의 일부가 아니다. 교황청 부서도 아니다. 196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치고 설립한 주교시노드는 ‘항구적인 주교들의 회의체’인 것이다. 주교시노드는 교회의 중앙 기관으로 모든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을 대표하며 항구적인 본질로 소집된 이후 일정기간 동안 기능을 수행한다.

주교시노드는 의장인 로마의 주교, 바로 교황에게 직접 예속된다. 교황은 뜻과 의지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회의를 소집한다. 이러한 회의를 시노드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러한 회의는 주교시노드라고 불리는 항구 조직이 주관하는 회의일 뿐이다.

교황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실수는 ‘아마존 시노드’나 ‘1995년에 열린 시노드’, ‘축성생활에 관한 시노드’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실제로는 아마존에 관한 시노드 회의, 1995년에 열린 시노드 회의, 축성생활에 관한 시노드 회의라고 불러야 맞다.

심지어 교회법에서조차 실제로는 주교시노드의 회의를 말하면서 ‘시노드’라고 대충 얼버무려 부르는 경우도 있다. 교회법을 비롯해 이러한 실수를 하는 모든 문헌들은 개정돼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좋아, 하지만 이건 그저 트집 잡기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주교시노드는 회의나 모임을 하지 않을 때에도 계속 존재하고, 주교시노드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불확실성은 교회의 오랜 역사 안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설립한 주교시노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교시노드는 생겨난 지 50년이 조금 넘은 어린 조직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기 전 생겼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길 기대하며 이 항구적인 조직인 주교시노드를 설립했다.

그리고 주교시노드는 성장하며 발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가 분권화된 교회의 필수 기관으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바로 교황청의 과도한 통제 없이 활동하는 기구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주교시노드는 교황청 조직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교황은 아마도 이러한 잘못을 고치려고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주교시노드가 교황청 조직을 움직이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가을에 공동합의성(synodality)을 주제로 주교시노드 총회를 주재한다. 공동합의성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알아보고 교회의 각계각층에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필자는 차기 주교시노드 총회에서 교회학 전문가들이 나서 주교시노드가 실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포함해 현재 교회가 쓰고 있는 언어 사용을 시정하고 우리의 이해를 더 높이길 기대한다. 결국 용어에는 각자 그 내포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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