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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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상 첫 이라크 방문… 위로·희망·형제애 전하며 ‘평화의 씨앗’ 나눠

시아파 최고 지도자 만나 회동... 그리스도교 포용과 공존 호소, 모든 폭력과 극단주의 종식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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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일 이라크를 사목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칼데아 교회 성당을 가는 동안 환영 인파를 향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8일 지구 상 가장 극심한 박해와 내전, 가난, 종교 간 갈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라크를 사목 방문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이라크 국민들은 코로나19 대유행과 테러 등 여러 위협을 무릅쓰고 방문한 교황을 열렬히 맞았고, 교황이 전한 위로, 화합, 희망, 그리고 사랑을 만끽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 이라크를 방문한 교황은 이라크 국민들을 향해선 위로를, 오랜 박해로 여전히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그리스도교 공동체엔 교황 친교와 재건의 희망을, 무슬림들에겐 형제애를 표하며 이라크 전역에 평화의 씨앗을 나눴다. 교황 방문으로 그리스도교 공동체 재건과 중동 지역 평화 분위기 조성, 종교 간 대화와 화합에 앞으로도 적잖은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의 이번 사목 방문 주제는 ‘너희는 모두 형제다’였다. 테러 공격으로 박해를 받아온 그리스도교 공동체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등 타 종교와 대화, 전쟁 종식 등 모든 형제자매를 향한 위로가 교황이 이라크를 사목 방문한 이유였다.
 

첫날인 5일 바그다드에 도착한 교황은 대통령궁에서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면담한 뒤 첫 연설에서 “무력 충돌을 잠재우고, 폭력과 극단주의 등 모든 편협한 행위가 종식될 수 있길 바란다”며 “모든 시민이 화해에 전념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준비하면서 이라크 모든 국민이 대화와 화합의 모델이 되길 기도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바그다드 시리아 가톨릭교회 구원의 성모 성당을 찾은 자리에서도 “우리가 십자가의 힘과 용서, 화해, 신뢰를 새롭게 하는 영감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사랑을 증언하며, 이는 이곳에서 선포되고 구현돼야 하는 복음”이라고 선언했다. 2010년 이슬람 무장단체(IS)의 테러로 사제 2명과 수십 명이 순교한 이 성당에서 교황은 이라크 교회 주교단과 사제, 종교인, 여성들을 처음 만나 친교를 나눴고, 교황의 연설 뒤 모두 아랍어로 ‘주님의 기도’를 낭송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 시아파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알 시스타니 대 아야톨라를 만나 45분 동안 회동하고, 평화를 향한 종교 역할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CNS】

 

이튿날인 6일 교황은 나자프에서 이라크 시아파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알 시스타니 대 아야톨라를 만나 45분 동안 회동했다. 교황이 시아파 최고 성직자를 만난 것도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아야톨라와의 만남에서 교황은 “종교 간 협력과 우호를 통해 상호 존중과 대화를 나누는 노력은 이라크와 모든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야톨라도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이성과 지혜를 우선시하고, 전쟁의 언어를 거부하며, 그리스도교인들 또한 평화와 안전 속에 완전한 합법적 권리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면서 “가장 약하고, 박해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곧장 아브라함의 고향인 우르를 방문한 교황은 이슬람교, 유다교 등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가장 큰 신성 모독은 형제자매를 미워하고, 그분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라며 “적대적인 마음과 극단주의, 폭력은 신앙인의 마음에서 비롯될 수 없으며, 그것은 주님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교황은 이어 “하느님의 빛이 증오의 구름에 가려지지 않게 하자”며 종교 간 화합을 향한 바람을 재차 표명하며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비난했다. 이날 저녁 교황은 바그다드 시내 칼데아 가톨릭교회 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하며 신자들과도 만났다.
 

이튿날인 7일 교황은 이라크와 IS와의 격전지였던 북부 최대 도시 모술을 방문해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희망을 역설했다. 그리스도인들이 밀집해 살던 ‘성경의 땅’ 모술은 2000년 교회 역사 내내 성당 종소리가 멎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박해로 많은 그리스도인이 목숨을 잃거나 마을을 떠났다.
 

교황은 성전들이 파괴된 현장인 모술 광장에서 연설을 통해 ‘평화적 공존’을 재차 역설했다. 교황은 IS 테러 희생자 추모 기념비를 제막하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렸다.
 

교황은 곧장 카라코쉬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신자들을 만나 그들이 겪은 아픔을 직접 듣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2014년 IS는 5만 5000여 명에 이르던 카라코쉬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테러를 저질렀고, 대부분 신자가 쿠르드 자치구로 이주했었다. 현재 2만 5000여 명이 공동체를 이루는 이곳에서 교황은 “테러와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우리는 믿음의 눈으로 승리를 볼 수 있었다”며 “이제 성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가족, 젊은이와 노인을 하나로 묶는 공동체의 유대를 회복할 때”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아르빌 시내 대형 스타디움에서 수천 명의 신자가 운집한 가운데 봉헌된 교황 주례 미사는 사목 방문의 절정을 이뤘다. 이 자리에는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정치 및 종교 지도자 등 고위 인사들도 참석했다. 교황은 미사에서 “이라크 교회는 살아있고, 주님께서 이 거룩한 백성 가운데 계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것이 제가 여러분을 만나 감사를 드려야 하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라크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 모두 노력해주길 바라며, 하느님만이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번 사목 방문 동안 총 4차례의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연설과 2차례의 미사로 그들 한가운데에서 평화를 향한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 교황은 8일 오전 성대한 송별 행사를 끝으로 중동의 형제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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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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