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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이라크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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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고질적인 이라크의 치안 부재 속 계속되는 테러도 이라크 사목방문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에 갇혀 있던 교황은 3월 5~8일 이라크를 방문했다. 2019년 11월 태국과 일본 방문 이후 15개월 만의 해외 사목방문 재개였고, 자신의 33번째 해외 사목방문이었다. 전쟁과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평화를 위한 여정’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3박4일 이라크 사목방문을 돌아본다.



■ 목숨을 건 평화의 여정

지난해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를 사목방문한다고 발표한 뒤, 사람들은 교황의 안위를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라크에서는 크고 작은 테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3일에는 바그다드 인근의 공군 기지에 로켓포 10여 발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은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교황은 이라크로 출발하기 이틀 전인 3월 3일 일반알현에서 “이라크 국민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199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방문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사목방문 의지를 밝혔다. 교황은 “오랫동안 고통받은 이라크 국민들, 아브라함의 땅에서 박해받는 이라크교회를 만나려 한다”면서 “기도로써 나의 여정에 동참해 달라”고 덧붙였다.

3월 5일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무스타파 알-카디미 이라크 총리의 영접을 받고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대통령궁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라크 국민들이 나와 바티칸시국과 이라크 국기를 흔들며 교황을 환영했다. 현재의 이라크 치안 상황을 보여주는 듯 무장한 군인들은 삼엄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교황은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와 만나 이라크에서의 첫 연설을 했다. 교황은 “나는 참회자로서 이 땅에 왔다”고 이라크 사목방문 목적을 설명하며, “이 땅에서 행해진 파괴와 잔인성에 대해 하늘과 나의 형제자매들에게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평화의 왕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평화의 순례자로 이라크에 왔다”고 덧붙였다.

또 교황은 평화와 발전 증진을 위해서 이라크 정부와 국민들은 서로 차별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형제애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인내와 진심어린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정의를 수호하고 법치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교황에게 “위대하고 소중한 손님”이라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고, 이라크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 방문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데에도 이라크를 방문해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살리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의 이라크 사목방문은 “이라크 국민에게는 두 배의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라크의 정부 관리들에게도 이라크 그리스도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지적했다. 교황은 “차별받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인권을 증진시키고, 이들의 재능과 기술을 이라크 재건에 쓸 수 있도록 약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극단주의에 바탕을 둔 폭력을 비난하며 “이라크가 다양한 민족과 종교의 평화 공존을 통해 대화와 화합의 모범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 박해받는 이라크 그리스도인 위로

이어 교황은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구원의 성모 시리아 가톨릭교회 대성당에서 이라크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교리교사 등을 만났다. 이 성당에서는 2010년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폭탄 테러로 사제 2명을 포함해 48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교회는 현재 이들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교황은 48명의 순교자를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죽은 수많은 그리스도인을 기억해 “십자가가 가진 힘에 대한 믿음과 용서와 화해, 부활이라는 메시지를 다시금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은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증거자가 돼야 한다”면서 “이는 이라크 안에서도 선포되고 구현돼야 할 복음”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가톨릭교회의 이냐시오 요셉 3세 총대주교는 “48명의 순교자는 하느님의 어린양과 함께 피를 섞었으며, 이라크와 중동에서 억압받고 죽은 형제자매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임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칼데아 가톨릭교회 총대주교인 루이스 사코 추기경은 이 성당과 48명의 순교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박해를 견디고 살아남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침공 이전 140만 명에 이르렀던 이라크 그리스도인은 현재 25만여 명으로 줄었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이라크를 점령했던 2014~2017년, 그리스도인들은 죽거나 박해를 받았으며 수십만 명이 이라크를 떠났다.

교황은 3월 6일 오후 바그다드에 있는 칼데아 가톨릭교회인 성 요셉 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했으며, 7일에는 이라크 북부 최대 도시 모술을 방문해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또 헬기를 타고 카라코시로 이동해 박해받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위로했다.

교황의 이라크 사목방문 대미는 이라크 북부 이르빌 프란소 하리리 경기장에서 봉헌된 미사였다. 쿠르디스탄 자치주의 주도인 이르빌에는 시리아 난민뿐만 아니라 모술과 카라코시 등 IS의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 많은 곳이다. 이날 교황이 주례한 미사에는 신자 1만여 명이 참례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이라크 그리스도인들이 받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했지만, 절대로 복수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많은 형제자매와 친구, 동료 시민들이 전쟁과 폭력의 상처를 받았으며, 우리는 인간의 힘과 지혜로 이러한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처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면서 “하지만 예수의 길은 치유하고 사랑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복음을 인용하며, “그리스도께서 성전을 정화시킨 것처럼, 우리도 마음속 분노를 정화시키고 복음을 살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형제애를 통한 종교간 화합 당부

이라크 사목방문 둘째 날인 3월 6일 교황은 나자프로 이동해 이라크의 시아파 무슬림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비공개로 만났다. 알-시스타니는 교황에게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은 이성과 지혜를 통해 서로에 대한 험담을 거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와 존엄을 저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알-시스타니에게 종교 간 협업과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호존중과 대화의 문화를 조성해 이라크와 중동 지역, 모든 인류의 선익에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시스타니와의 만남에 이어 교황은 신앙의 성조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Ur)를 찾았다. 교황은 이날 이라크의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여 하나이신 하느님을 섬기는 신인앙이 될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교황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폭력을 비난하고 이라크 재건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아브라함은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유다인, 무슬림 모두에게 추앙받는 신앙의 성조다.

교황은 청동기시대 사원인 우르의 지구라트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이곳 아브라함의 땅, 우리의 신앙이 생겨난 곳에서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시다는 것과 하느님의 이름으로 형제자매를 증오하는 일은 가장 큰 신성모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면서 “적대감과 극단주의, 폭력은 종교인의 것이 아니며, 이는 종교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나며 하느님을 섬기는 다양한 종교의 성조가 된 것처럼 “우리 신앙인들은 아브라함에게로 되돌아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하느님께서는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소식을 전하러 떠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 신앙인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테러가 자행될 때 침묵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종교를 둘러싼 오해를 불식시키고 증오라는 구름이 뒤덮인 세상에 천국의 빛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알-카디미 이라크 총리는 교황과 알-시스타니 시아파 지도자와의 만남, 우르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의 만남을 기념해 이날을 ‘관용과 공존의 날’로 선포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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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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