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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서 신부의 ‘수어 미사’, 미국 신자들 마음 울려

아시아 유일 청각장애인 사제로 워싱턴대교구 파견… 영어 수어 익혀 유튜브 미사 주례, 참여자 10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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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대교구에서 농아인 사목을 전담하고 있는 박민서 신부가 유튜브 미사에서 영어 수어로 강론하고 있다. 출처=NCR



미국 워싱대교구에 파견돼 사목 중인 청각장애인 사제 박민서(서울대교구) 신부가 현지 신자들을 위한 ‘소리 없는 미사’를 봉헌하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대교구 인사발령을 통해 미국에 파견된 박 신부는 워싱턴대교구 농아인사목 전담 사제 및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농아인본당 담당 사제로 사목 중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종합대학교인 워싱턴 갈로뎃대학교 교목 사제로도 활동하는 등 3가지 사목을 겸하고 있다.

박 신부는 그곳에서 매주 워싱턴대교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ADW Special Needs Ministry)을 통해 수어로 미사를 주례하고 있는데, 그간 미사 참여에 어려움을 겪던 청각장애인 신자들의 참여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이 채널의 청각장애인 신자들의 접속이 95명가량에 불과했는데, 박 신부가 미사를 주례하기 시작한 2월 이후 10배에 달하는 800여 명이 박 신부의 영상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박 신부는 사제품을 받기 전인 1994~1999년 갈로뎃대학교에서 수학하며, 영어 수어를 익힌 덕에 현지 신자들도 모국 수어로 미사 기도문과 복음 말씀, 강론을 편히 시청하게 된 것이다. 특히나 박 신부가 표정과 몸짓을 다해 전하는 특유의 열정적인 수어로 미사와 강론을 하다 보니 신자들의 참여도 더욱 높아진 것이다.

현지 신자들의 호응에 미국 가톨릭 언론사인 가톨릭스탠다드(Catholic Standard)와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 등도 박 신부가 신자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사목하는 모습을 잇달아 보도했다. 현지 교계 언론들은 “청각장애를 장애가 아닌 문화로 이해하고 청각장애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이해하는 사제가 부임했다”고 소개하며 “미국 수어로 미사를 시청한 신자들이 편안함을 느꼈고, 박 신부의 다음 미사를 기대하고 있다”고 박 신부의 활동을 상세히 다뤘다.

박 신부는 최근 본지와 SNS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워싱턴대교구 주교님과 책임자가 제게 담당 사제가 되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며 “당시엔 제가 청각장애인 본당인 서울 에파타성당 건립을 준비하던 중이어서 거절했고, 성당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답변까지 받았었다”고 전했다.

2007년 사제품을 받은 박 신부는 14년 동안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에 전념했다. 미사 참여에 20년 어려움을 겪던 이들, 20년 넘게 고해성사도 제대로 바치지 못했던 청각장애인들이 박 신부를 통해 수어로 성사에 임했다. 박 신부는 2019년 신자들의 오랜 염원이던 서울 마장동에 에파타성당 건립 후 1년간 사목한 뒤 안식년을 마치고 워싱턴에 가게 됐다.

그간 청각장애인 신자를 위한 수어 미사가 없었던 워싱턴대교구는 사제가 주례하는 미사를 통역사가 수어로 전달해왔고, 코로나19로 그들을 위한 사목에 어려움이 있었다. 박 신부의 부임으로 워싱턴대교구도 이 분야에 활력을 얻게 됐다. 많은 교회가 수어 통역을 제공하며 청각장애인 신자들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 사제가 신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목하는 것은 또 다르기에 워싱턴대교구도 박 신부에게 전부터 제안을 했던 것이다. 전 세계에 150개 수어가 있으며 청각장애인 사제는 24명가량으로, 아시아에선 박 신부가 유일하다.

박 신부는 “모교에 다시 오게 돼 기뻤고, 오랜만에 미국 수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휴교 중이라 여름쯤 학생들이 다시 등교하면 학생과 직원들을 위한 사목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튜브를 통해 비대면 미사를 주례하고 이후 성체분배 봉사자들이 성체를 모시고자 하는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박 신부는 “먼 나라에 와서 에파타본당 신자들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돼 아쉽지만, 매일 기도 안에서 신자 여러분의 얼굴을 다 보고, 기도하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봉사하고, 주님 뜻에 맡기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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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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