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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명 기다리며 난민 1만 명 노숙… 교회가 먼저 환대하고 동행해야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3년째 사목최우주 신부가 전하는 난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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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국경지대 사목을 하고 있는 최우주 신부(왼쪽 맨 윗줄)가 멕시코 본당이 운영하는 쉼터에서 만난 중남미 이민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최우주 신부 제공

▲ 3년째 한국인 사제로는 유일하게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를 오가며 사목 중인 최우주 신부. 최 신부는 이민자들을 향한 환대와 동행, 보호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미국 남부와 멕시코가 맞닿은 국경은 연일 수많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몰리는 곳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들과 자국에서 가난과 폭력을 뒤로하고 입국하려는 이민자와 난민들. 또 그들 속에 몰래 숨어든 마약 밀수범과 불법 이민자들까지. 올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정부가 세웠던 국경 장벽을 뚫고 이민자가 다시금 급증하는 가운데, 이곳 국경지대에서 이민자와 난민들을 위해 사목해오고 있는 한국인 사제가 있다. 2019년부터 3년째 사목 중인 최우주(서울대교구) 신부이다.

20일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어렵사리 마주한 최 신부는 “이곳 국경지대에서는 미국 정부가 사람들을 밀어내고, 이민자들은 계속 밀고 들어가는 그야말로 줄다리기 싸움이 연일 이어진다”면서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인과 아시아인, 아프리카 사람들까지 수많은 이민자와 난민들이 정치ㆍ경제적 이유와 폭력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현재 한국인 사제로 미 국경지대에서 사목하는 사제는 최 신부가 유일하다. 2012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협력사제로 페루에 파견돼 6년 동안 선교 사목을 펼친 최 신부는 우연히 미국 국경지대를 방문했다가 이민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자원하게 됐다. 2019년부터 그는 미국 엘패소교구와 멕시코 후아레즈교구를 오가며 이민자와 난민 쉼터에서 봉사하고 있다.

“국경과 가장 인접한 멕시코 후아레즈교구의 도시에만 1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망명 절차를 위해 대기 중입니다. 많은 이가 거리에서 노숙하며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딥니다. 돈을 받고 망명을 돕는 브로커인 일명 ‘코요테’들도 성행합니다. 저는 미국과 멕시코 두 지역 쉼터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거처와 먹을 것을 제공하고, 미사와 성사, 안내를 돕고 있습니다.”

이민자 수는 다시금 급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까지 망명 신청자들이 무조건 멕시코에 잔류토록 했던 정책을 완화해 검문소 당 하루 신청자 수를 기존 50명에서 300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8개월 사이 불법 이민자 수가 90만 명에 이르는 등 국경 수비대 입장에서도 ‘블랙 리스트’를 걸러내는 게 쉽지 않다. 20년 사이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사망한 이들만 1만여 명에 달한다.

멕시코 국경지대 인근엔 20개의 난민, 이주민을 위한 쉼터가 있다. 그 가운데 5개 쉼터가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지만, 많은 이들을 돕기란 쉽지 않다. 미국 엘패소 지역에 있는 대형 쉼터는 망명 절차를 통과한 이민자들이 각 주의 이민법원으로 보내지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다. 최 신부는 두 나라 쉼터를 매주 오가며 사목자이자 봉사자로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교통편도 일일이 일러주며 이민자 행렬을 돕고 있다. 최 신부는 또 국경에 인접한 양국 교구가 위령 성월인 11월에 한데 모여 희생된 이민자들을 위해 미사에도 동참한다.

최 신부는 “미 정부는 100명을 수용하는 구류시설에 150명씩 수용하고,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 탓에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한다”면서 “테러와 코로나19 대유행의 우려가 겹치면서 극심한 검문 속에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미 정부도 고민이 많지만, 수만 명의 망명 서류가 쌓인 상황에서 넘치는 이민 행렬을 소화하기란 무척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최 신부가 오가는 멕시코의 본당은 최근 가정집 한 곳을 개조해 여성 이민자와 자녀들을 우선 돌보기 시작했다. 간이침대와 세탁기를 놓고 15명을 수용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다행히 12명이 미국에 무사히 입국했다. 최 신부는 “미국의 많은 이들이 이민자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또 많은 가톨릭 평신도와 청년,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봉사와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저는 이들이 고통 속에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사목 중”이라고 밝혔다.

최 신부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이 좀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민자들도 인내심을 갖고 합법적인 입국 절차를 밟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임신부와 노약자, 어린이들의 건강도 돌볼 전문 인력도 절실하다고 했다.

“저는 이곳에서 우리 교회가 어떻게 이방인들과 동반해야 하는지 경험하고 있습니다. 길을 잃고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 양국의 교구가 연대하는 모습은 참으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환대와 동행, 보호, 통합적인 지원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타 인종과 문화를 형제자매로 여기고 포용해 나가야 합니다.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이방인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제노필리아’로 전환되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비전입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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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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