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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의 본고장 시칠리아, 대부모 제도 잠정 중단... "마피아 결속에 악용"

카타니아 교구와 마자라델 발로 교구 실험적 조치... 대부모 제도 세속화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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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시칠리아 팔레르모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피노 풀리시 신부가 마피아 조직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장소에 헌화하고 있다.【CNS 자료사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마자라 델 발로(Mazara del Vallo)교구가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을 때 대부모를 지정하는 것을 잠정 중단했다.  
 

교구장 도메니코 모가베로 주교는 공문을 통해 “대부모는 성사 당일에 잠깐 얼굴을 비칠 뿐 대자녀의 인간적, 영적 성장 여정에 동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대부모를 세우는 본래 의미를 잃었기에 이 관습을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모가베로 주교는 사실상 ‘실험적 조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대안으로 부모 또는 성사 준비를 도와준 사람과 함께 예식에 참례할 것을 권장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시칠리아의 카타니아교구도 유사한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카타니아교구는 “대부모가 집안 간의 유대, 특히 지역 마피아 가문들의 결속 강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부모 역할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두 교구의 조치는 마피아 근거지로 악명 높은 시칠리아의 지역적 특성이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칠리아의 마피아는 정부의 대대적 단속을 피해 더 어두운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조직범죄 발생률이 높고 빈곤층이 많은 게 마피아 건재의 증거다.
 

카타니아교구가 밝힌 대로 신앙적 전통이 누군가에 의해 악용된다면, 사례의 많고 적음을 떠나 빨리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피아는 이탈리아 사법 당국뿐 아니라 교회로서도 싸워 물리쳐야 할 사회적 악이다. 그들이 마약거래와 인신매매, 폭력을 일삼으며 사회를 병들게 하고 약자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 편을 드는 교회와 성직자들은 종종 그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시칠리아 빈민가에서 사목하던 ‘양 냄새 나는 목자’ 주세페 피노 풀리시 신부가 1993년 사제관 앞에서 조직원에게 피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2012년 풀리시 신부를 마피아에게 희생된 첫 순교자로 선포하고, 이듬해 시복식을 거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신랄한 어조로 마피아의 악행을 비판해 왔다. 2014년 악명 높은 범죄조직 ‘은드랑게타’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최남단 칼라브리아를 방문했을 때 “마피아 조직원들은 하느님과 친교하지 않는 자들”이라며 마피아 파문을 선언했다.
 

교황은 또 “그들은 대중적 종교성과 폭력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한다”고 비판했다. 그들이 대중적 종교성을 이용한다는 것은 조직원들로부터 충성 서약을 받을 때 성모상뿐 아니라 온갖 미신적 수단을 동원해 모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도 지난해 5월 범죄조직에 가담한 이들을 파문하는 주교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활동 그룹을 출범한 바 있다.
 

어촌도시 마자라 델 발로는 2011년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된 마피아 두목 게타노 리나의 고향이다. 명작 영화 ‘대부’(1972년)의 실제 촬영지이기도 하다. 시칠리아의 한 마피아 집안의 가족사에서 작품 영감을 받은 프란시스 코풀라 감독은 촬영지를 물색하다 이 도시를 낙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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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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