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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저지른 잘못에 용서 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캐나다로 ‘참회의 순례’ 떠나 원주민들에게 기숙학교 아동 학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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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25일 퍼스트 네이션을 만나는 행사장에서 한 원주민 지도자의 손에 입맞춤하고 있다. 교황은 원주민들이 선물한 깃털 장식을 머리에 썼다. 【매스쿼치스(캐나다)=CNS】



“그리스도인들이 원주민을 탄압하는 열강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했던 방식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25일 캐나다 매스쿼치스 원주민 공동묘지에서 기도한 후 원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퍼스트 네이션(돋보기 참조)ㆍ메티스ㆍ이누이트 원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이 저지른 잘못에 용서를 구한다”며 정중히 사과했다.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이뤄진 교황의 캐나다 사도 순방은 한 마디로 ‘참회의 순례’였다. 교황은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4개 도시의 원주민 공동체를 찾아다니며 용서를 구하고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참회의 순례는 캐나다 교회가 1880년부터 약 100년간 운영해온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에서 비롯됐다. 폐쇄된 기숙학교 부지에서 아동 유해가 대거 발견되고, 상당수 아이들이 학대와 영양실조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원주민 사회가 분노에 휩싸였다.

과거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을 주류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기숙학교를 세우고, 그리스도교 단체들에 운영을 위탁했다. 정부는 당시 원주민 아동 15만 명을 기숙학교에 강제 이주시켰다. 그리스도교 문화와 신문물을 전수하려면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숙학교 운영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훗날 밝혀졌다. 특히 많은 아동이 신체적, 영적 학대를 당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질병으로 숨졌다. 정부가 추진한 원주민 문화 파괴와 강제 동화 정책에 교회 구성원들이 비판 없이 협력한 결과다. 교황은 “교회와 수도회의 많은 구성원이 무관심한 태도로 협력한 방식에 대해 용서를 청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기숙학교 비극은 가톨릭교회만의 책임이 아님에도 교황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거듭 용서를 청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교황을 환영하면서 “이 비극은 치유의 정신으로 교회와 정부 기관, 시민들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원주민 공동체들은 교황의 사과와 치유 노력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캐나다 최초의 원주민 출신 여성 연방 총독인 메리 시이먼은 연설에서 “(교황은 방문을 통해) 교황님과 로마 가톨릭교회가 화해, 치유, 희망, 쇄신의 여정을 걷는 캐나다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밝혔다. 크리족 부족의 윌튼 리틀차일드 부족장도 “교황님의 말씀은 치유의 메시지였다”고 반겼다.

앞서 교황은 지난 3월 바티칸에서 원주민 대표단을 만나 그들의 고통스러운 호소에 귀를 기울인 바 있다. 이때 원주민 대표단은 정부와 교회가 치유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인정과 사과는 상당히 늦었지만, 올바른 일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참회의 순례는 “교황이 대단히 열망했던 여행”이라는 게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말이다.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s)

유럽 정복자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캐나다 땅에서 살아온 ‘최초의 국민’이란 뜻으로, 일반적으로 북미 원주민을 가리킨다. 캐나다에서는 이들을 인디언이나 원주민 대신 퍼스트 네이션이라고 지칭한다. 캐나다 전역에 60개 이상의 민족(부족)이 있다. 캐나다의 3대 원주민은 퍼스트 네이션, 유럽인과의 혼혈인 메티스(Metis), 흔히 에스키모인이라 부르는 북극권의 이누이트(Inuit)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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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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