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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스파링’ 학교폭력으로 뇌손상 입은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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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불러서 잠깐 나왔어요, 금방 들어갈게요.”

이유진(44)씨는 지난해 11월 28일 통화를 마지막으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친구를 만나고 들어오겠다던 아들 하(17)군은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경, 인천의 한 아파트 체육시설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 함께 있던 학생 두 명은 “스파링 연습을 하다 친구가 쓰러졌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CCTV에 담긴 모습은 참혹했다. 오후 2시경 하군을 불러낸 두 학생은 세 시간이 넘게 아이를 폭행했다. 두 사람에게 번갈아가며 맞은 하군은 5시경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두 사람은 119에 신고하지 않고 쓰러진 하군에게 물을 뿌리고 바닥에 끌고 다니기도 했다. 이씨는 “가해학생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 아들은 몸이 축 늘어진 채 몸을 떨고 있었고, 입 주변은 피범벅에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만 보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씨가 바로 119에 신고 했지만 의식을 잃은 지 1시간가량이 지나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이었다. 안면부 등을 주먹으로 맞아 뇌출혈이 심했던 하군은 병원에서 외상성 각막하 출혈, 간대성발작, 치아 앞니 4개 골절 진단을 받았다. 하군은 지난 1일 의식을 찾고 일반병실로 옮겨졌지만 오른쪽 눈과 팔, 다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씨는 “착했던 아들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약하고 여린 게 걱정돼 권투를 배워보라고 하면 ‘친구들 때리기 싫다’고 말하던 아이였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해 어르신들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던 마음이 예쁜 아이였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 학생 두 명은 지속적으로 하군을 괴롭혔고,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라면을 훔쳐오라’는 요구를 하군이 거절하자 폭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하군에게 태권도용 머리 보호대를 착용하게 했지만 ‘맞을 각오를 하라’고 하군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낸 것이 확인됐다. 이씨는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엄마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아들이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을 간호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이씨는 또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5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 때문이다. 하군의 가족은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어머니의 월급 160여 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들 사고 뒤 간호에 매달리느라 무급 휴직을 한 이씨는 지난해 12월과 이번 달, 두 달간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아들이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재활에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이 크지만,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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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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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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