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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여섯 식구 가장의 코리안 드림, 위암 4기로 무너져

베트남서 교사 하다 입국해 일용직 등... 결국 불법체류, 병원비로 1500만 원 빚... 죽음보다 더 걱정은 아내와 남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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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원고삼 신부가 병원 휴게실에서 응우옌 녹딴씨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네고 있다.



베트남인 응우옌 녹딴(44)씨가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반가움과 걱정이 동시에 묻어나온다. “한국 생활은 지낼 만하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니, 나는 잘 지낸단다. 애들도 아빠 언제 오시느냐고 매일 묻는다. 얘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없니.”

잠자코 듣던 응우옌씨가 무겁게 첫 마디를 꺼낸다. “어머니, 저 위암이래요. 위암 4기….”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어머니가 숨죽여 울기 시작한다. 응우옌씨도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지 모를 자신이 불효자라고 자책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한국 돈으로 한 달에 3만 원. 응우옌씨가 한국에 오기 전 베트남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할 때 받던 봉급이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어린 세 딸까지, 여섯 식구가 살아가기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2019년 8월, 그는 난생처음 고향인 하노이 인근 시골 마을을 떠났다. 응우옌씨는 가족의 행복을 꿈꾸며 관광비자로 한국에 왔지만 곧 불법 체류자가 됐다. 그 탓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다른 베트남인 대타로 일용직으로 일하며 전국에 있는 고시원을 전전했다. 주로 건설현장 일이 많았고, 농장에서 사과를 따거나 감자를 캐기도 했다. 하지만 평생 교편만 잡은 탓일까, 응우옌씨는 몸쓰는 일에 소질이 없었다.

키 160cm에 몸무게는 55kg으로 신체 조건도 불리했다. 체격이 왜소해 일용직을 채용하는 이들은 그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일거리를 얻어 일당을 받아도 생활비로 쓰고 나면 막상 남는 건 별로 없었다. 기대 이하의 벌이에 응우옌씨는 스스로 실망했지만, 자신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그가 한국에서 고전하는 동안 베트남에서는 아내가 하루 10시간씩 구두 공장에서 일하며 다섯 식구를 부양했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 호강 한 번 못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그는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그렇게 각오를 다졌지만 올해 8월 갑자기 배가 미친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와 국내 거주 베트남인 공동체 도움을 받아 검사를 받았지만 이미 위암은 손 쓸 수 없이 진행돼 있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력이 있었는데 그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응우옌씨는 40대인 자신에게 암이 발병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지금까지 항암치료로 진 빚만 1500만 원에 이른다.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진 데다 중병까지 걸려버린 응우옌씨. 그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가족들 곁에서 보내고 싶은데 병원비와 빚 때문에 여의치 않다”며 “자신이 죽는 것보다도 앞으로 아내가 더 고생할 거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롭다”며 손에 든 가족사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원고삼(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신부

▲ 원고삼 신부



어린 세 딸을 포함한 여섯 식구의 가장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고통 중에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투병 중인 응우옌씨가 용기를 내어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의 나눔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응우옌 녹딴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2일부터 2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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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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