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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벌레 없는 집에서 우리 딸 키우고 싶은데…”

사기 결혼…전세 보증금마저 빼앗겨...두 살배기 돌보며 일하기 쉽지 않아...살 곳 마땅치 않고 내년 쫓겨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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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미 엄마가 보미와 놀아주고 있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동작구의 한 재개발 예정지.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가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19개월 된 보미를 혼자 키우는 박상미씨다. 박씨가 빌라 3층에 있는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더니 신문지를 말아 바닥을 친다. 집 안 구석구석으로 돈벌레와 바퀴벌레들이 사라진다.

모녀가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건 남편이 박씨와 딸 보미를 버렸기 때문이다. 보미 아빠는 회사 법무팀에서 일하던 직장 상사이자 변호사였다. 이혼한 과거가 있었지만 자상했고 지적인 데다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살림을 차렸고 1년 뒤 첫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첫 아이는 백일 무렵 돌연사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박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시간이 지나가고 둘째를 임신했다. 딸 아이의 이름을 보미라고 지었다. 그러나 2019년 3월 딸의 출생신고를 하러 간 박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남편이 첫 번째 부인과 이혼 후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고, 두 명의 자녀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보미 아빠가 박씨 명의로 대출받은 전세금 1억 2000만 원을 몽땅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보미를 낳기 두 달 전 기존에 있던 빚을 갚고 신용등급을 올려 새 대출을 받겠다며 전세자금을 빼갔던 터다. 남편과 연락이 끊기고 생활비도 받지 못했다. 대출금도 고스란히 박씨에게 빚으로 돌아왔고 꼼짝없이 신용불량자가 됐다. 각종 공과금과 핸드폰 요금을 낼 수 없었고 월세가 밀려 6개월 만에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대인기피증과 심한 우울증에 희망을 잃은 박씨는 더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보미를 베이비박스에 맡기고 죽을까도 생각했다. 그때 미혼부단체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가 손길을 내밀어 위기를 모면했다.

현재 박씨 모녀에게 가장 시급한 건 주거 안정이다. 한부모가정 수급비로 60만 원을 받지만 월세 55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부족한 생활비는 치킨 가게에서 일해 채워가지만, 두 돌이 안 된 아기가 있는 데다 신용불량자라 제대로 된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지금 사는 곳이 재개발 예정지라 내년 봄에 철거될 예정이다. ‘아빠의 품’에서 빌린 보증금 500만 원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박씨는 아이 아빠에 대한 미련도 접었다. 이제는 보미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녀가 살아가기에 벅차기만 하다. 박씨는 “집에 벌레가 많아 아이 몸에 상처가 생겨 속상했는데 이제 이곳에서도 나가야 한다”며 “눈이 마주치면 웃는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없는 무능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후견인/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 박정우 신부



보미 엄마 얘기를 듣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보미 엄마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눈앞의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딸을 위해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모녀 가정이 다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이웃의 온정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박상미씨 모녀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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