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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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가정폭력 벗어나 아이들과 지낼 보금자리만 있다면…

필리핀 이주여성, 9년간 폭력에 시달려.. 그나마 시어머니 도움에 원룸 살지만.. 월세 밀려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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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곰팡이가 잔뜩 핀 원룸에서 트레이시씨가 두 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000만 원이나 주고 필리핀에서 데려왔는데 요리 하나 똑바로 못해?”

술에 취한 시아버지가 19살 새색시 트레이시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음식을 맛없게 했다’는 이유였다. 온몸을 웅크리고 무자비한 폭력을 받아내던 트레이시씨는 자신을 돈 주고 사왔다는 시아버지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트레이시씨 어머니가 국제결혼 중개업자에게 받은 돈은 결혼 예물로 건넨 25만 원이 전부였다.

한국에서 9년 동안 살면서 트레이시씨가 ‘가족’에게 받은 거라곤 ‘폭력’이 전부였다. 시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둥 사소한 이유로 그를 손찌검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아무 도움이 안 됐다. 경계성 지적장애로 추정되는 남편은 상황 판단력이 떨어지는 데다 대인기피증이 있었다. 그래서 가족과 소통하지 않았다. 부인이 피멍이 들고 코피가 나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오히려 제 아버지처럼 트레이시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을 참던 트레이시씨는 어느 날, 남편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외롭고, 한국말도 배우고 싶으니 다문화센터에 나가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남편은 대답 대신 의심에 찬 눈초리와 함께 그를 마구 때리고 밟았다. 발로 배를 차인 트레이시씨가 바닥에 쓰러졌다. 둘째 딸을 임신한 때였다. 그 모습을 본 어린 맏딸이 울면서 달려왔다.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정없이 때렸다. 잔혹한 폭행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레이시씨를 구타해온 시아버지의 경찰 신고로 멈췄다. 이성을 잃은 아들이 두려웠으리라.

조사 이후, 모녀는 보호 시설로 옮겨졌다. 그런데 어찌 알았는지 시어머니가 트레이시씨를 찾아왔다. 그리고 월 25만 원짜리 원룸에 모녀를 피신시켰다. 원룸은 사람 하나 누우면 꽉 찰 정도로 비좁았다. 벽지가 찢어지고 시커먼 곰팡이도 잔뜩 피어 있었다. 이처럼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피난처였다. 세 모녀는 낡은 매트리스 한 장 위에서 삶을 이어갔다.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맏딸이 아토피에 걸렸지만 그래도 살 곳이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도 계속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월세가 1년 반 넘게 밀리면서 트레이시씨와 딸들은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부닥쳤다. 살기 위해 트레이시씨는 서툰 한국말로 열심히 일했다. 공공근로도 했다. 오랜 폭력과 우울증ㆍ공황장애로 이미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인 그는 자식만을 생각하며 힘을 짜냈다.

신앙 역시 트레이시씨를 지탱하는 힘이다. 주일이면 어린 두 딸 손을 잡고 성당에 간다. 딸들은 한창 놀다가도 예수상과 성모상을 마주치면 “아빠! 엄마!”라고 외치며 반가워한다. 트레이시씨는 눈물을 삼키며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주님, 부디 곰팡이 핀 좁은 방을 떠나 아이들이 편히 지내며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안동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손성문 신부

 

 

 

 

 
▲ 손성문 신부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먼 곳에 온 트레이시씨에게 행복해야 할 가정이 가장 고통스러운 곳이 되었네요. 그럼에도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들이 사랑의 손길로 아직 교회와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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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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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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