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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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김대건 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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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첫 사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이래 6700여 명의 한국인 사제가 서품됐고, 성인이 걸었던 사제의 길을 걸어왔다. 그중 성인과 같은 이름, 바로 ‘김대건 신부’로 살아가는 두 사제가 있다. 성인이 태어난 지 20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을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 김대건 신부(베드로·대전교구)와 김대건 신부(대건 안드레아·광주대교구 망운본당 주임)를 만났다.


■ 대전교구 김대건 신부

“교우들의 영적 건강 돌보는 것이 저의 사명”
성인 이름 덕에 책임감도 두 배
힘든 투병 생활 극복한 뒤로 몸과 마음 아픈 이들 돕고 싶어



“여러분들, 김대건 신부님 본 적 있나요? 여기 생(生) 김대건 신부가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대전교구)가 솔뫼성지 보좌로 있을 때, 주임 신부가 신자들에게 그를 소개하면서 전한 말이다.

김 신부는 성인과 같은 이름으로 늘 주목을 받았다. 삼형제 중 둘째인 김 신부는 그를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부모의 바람으로 성인의 이름을 갖게 됐다. 김 신부가 출생한 1974년은 한국순교자들이 성인반열에 오르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세례명은 안드레아가 아닌 베드로로 정했다.

처음에는 신학교가 아닌 일반 대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우연히 다단계 사업에 이끌려 쓴맛을 보게 되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 신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부터 어디를 가든 이름으로 주목받았고, 자신의 이름이 특별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

성인의 이름을 가졌다는 기쁜 마음과 함께 더 잘 살아야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그렇게 열정에 불타 몸을 사리지 않고 여러 활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몸은 돌보지 못했다. 급기야 사제 서품을 앞두고 부제 강론을 하던 중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제품은 받았지만 본당 보좌로 주일미사를 다섯 번 주례하고 곧바로 ‘중증 근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악성 흉성종까지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다. 기계에 호흡을 의지하고 대소변까지 간호사에게 맡기며 4개월을 병원에서 보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데려가 주셨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위해 본당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서 하나 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제는 존재 자체로 공동체를 성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조금씩 회복하면서 교구 설정 60주년사 편찬에 동참했고, 솔뫼성지에 이어 직장사목과 본당 사목을 하며 거의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는 안식년을 보내며 다시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라도회 소속이기도 한 김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에 관심이 많다. 그는 “요즘엔 물질적 가난보다 아픈 이들과 영적으로 힘든 이들에게 관심이 간다”며 “누가 성사나 미사를 부탁하면 절대 거절하지 말자는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성인의 이름은 세울 건(建)을 쓰지만 저는 건강할 건(健)을 써요. 성인께서 한국교회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저의 사명은 교우들의 영적 건강을 잘 돌보는 것이 아닐까요.”


■ 광주대교구 김대건 신부

“신자들 아끼시던 성인의 마음 닮고 싶어요”
사춘기 시절엔 개명하고 싶었지만 신부로 살면서 오히려 감사하게 돼
기쁨 나누는 사제로 살고 싶어



“성당 다니세요?”

광주대교구 김대건 신부가 관공서 등에서 면담을 하기 위해 신분증을 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으로 시작된 만남, 서류의 직업란을 채울 때쯤이면 면담의 주체가 뒤바뀌곤 한다. 공적인 일로 면담을 하러 간 김 신부가 오히려 직원의 신앙상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남 무안 망운본당 주임으로 부임하고도 이런 주객전도 만남이 벌써 여러 차례 있었고, 우체국과 보건소 직원이 냉담을 풀기도 했다.

김 신부는 “이름 덕분에 숨어있는 신자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며 “성당 다니냐고 묻는 분들은 그 자체로 이미 신앙에 마음을 열고 계신 분이라 이름을 계기로 신앙상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김대건’이라는 이름이 늘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김 신부는 “사춘기 시절에는 이름이 싫어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내성적이었고 또 사제가 될 생각도 없었던 어린 시절, 이름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받았던 관심은 여간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김 신부는 “같은 이름이고 심지어 같은 상황인데, 어렸을 적엔 싫어하다가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신기하다”며 “‘김대건’이란 이름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김대건 신부님 편지를 읽을 때마다 ‘신부님께서 신자들을 정말 많이 아끼셨구나’ 하고 많이 느낍니다. ‘신부’로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지만,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받은 은총을 나누고자 하신 김대건 신부님처럼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신부로 살고 싶습니다.”

김 신부에게 성인은 “끊임없이 신자들과 나누고자 하셨고,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글을 통해서라도 나눠주려 하신 분”이라며 “희년 기도를 바치면서 신자들에게 제가 받은 은총, 기쁨,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그것을 위해 경청하는 겸손한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김대건 신부님의 전구를 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의 신앙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불과 200년 전 김대건 신부님이 목숨을 걸고 지킨, 많은 신앙선조들이 간절히 바라던 신앙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감사한 신앙을 후손들을 위해 소중히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이 길을 걸어가는 또 한 명의 김대건 신부로서 신부님이 바라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사랑하는 신자들과 많은 열매를 맺어나가고 싶습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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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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