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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빈첸시오회 무료급식소에서 24년간 봉사한 차영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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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닮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 수 있었기에 이곳을 떠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있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청주교구 무료급식소(이하 급식소). 지역의 가난한 이들,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1991년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청주교구 이사회가 설립했다. 여기서 차영숙(보나·66·청주 사직동본당)씨는 1998년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음식을 준비했다.

급식소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오전 11시 문이 열리자마자 도시락을 받기 위해 서둘렀다. 준비한 80인분의 도시락은 15분도 채 안 돼 동이 났다. 급식소의 베테랑 봉사자인 차씨는 바쁜 와중에도 받아가지 못하거나 늦게 오는 사람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급식소와 인연을 맺었어요. 성당 안에서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성당 밖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더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한 주 한 주 어르신들께 밥을 대접한 게 벌써 24년이 흘렀네요.”

차씨가 봉사를 시작한 1990년대에는 밥 한 끼 먹을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이 많았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들을 돕기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기에 급식소 운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몇 십년간 이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밥을 드시러 오시는 분들을 간혹 뵐 때가 있어요. 그런 분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존재하지만, 저는 이곳이 꼭 가난한 분들뿐 아니라 외롭게 사시는 분들,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운 분들에게도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예수님 닮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빈첸시오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19로 급식소 안에서 밥을 먹기 어렵게 됐지만, 이곳의 봉사자들은 집에서도 따뜻하고 영양 가득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한다.

30여 년 전 신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시작한 급식소에는 지금까지 100만 명 정도가 다녀갔다. 나누고자 한 이들의 작은 실천이 더 큰 나눔으로 확장된 것이다. 차씨는 “이곳이 오병이어 기적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손자 100일 떡을 나눈 분, 자신의 환갑잔치 비용을 기부한 분, 몇 년간 미용봉사를 해주시는 분 등 이곳에서 저는 수많은 예수님을 만났다”며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 곳이기에 저는 이곳에서 봉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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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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