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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45) 초대교회의 교육과 오늘의 교육문제

물질 얻는 수단으로 전락한 교육
‘물질만능’ 사회 속 교육의 참된 가치 퇴색
에듀 푸어·기러기 아빠 양산 등 문제 심각
복음정신 중심의 초대교회 모습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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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위기에 맞닥뜨릴 때마다 늘 되뇌는 말 가운데 하나가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성경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던 초대교회 때는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어떤 모습으로 하느님의 말씀이 개인이나 믿는 이들의 공동체에 전해졌을까요.

깊이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한 개인이 태어나 제일 처음 속하게 되는 가정교회나 그를 둘러싼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막중했으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초대교회 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남기신 행적을 중심으로 한 생명의 복음의 가르침과 정신이 교육 이념과 실천의 중심이 되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그분이 전해주신 기쁜 소식을 살아가는 길이 자칫 박해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던 시절, 그리스도를 따르던 공동체는 ‘생명’이 절박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생명의 길’을 가르치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의 과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초대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친교를 바탕으로 나눔과 섬김, 봉사와 말씀 선포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초대교회의 이러한 모습들은 활기를 잃고 퇴색되어 잃어버린 유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이나 공동체에서마저도 ‘생명’의 가치가 빛을 잃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물질’이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공동체의 가치가 아니라 더 많은 세상의 명예와 권력, 재물을 얻는 것이 최고의 가치나 선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교육은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가치를 함께 만들고 전하는 장이 아니라, 더 많은 물질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경우에 따라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변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전인적인 인간을 키워내야 할 공교육은 부실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자리를 사교육이 채우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 현실입니다.

사교육이 지닌 문제는 수입에 비해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곤란을 겪는 계층을 뜻하는 ‘에듀푸어’(edupoor)라는 신조어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걸며 소득 절반 가까이를 교육비에 투자하느라 빈곤층으로 전락한 에듀푸어가 305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내와 자식을 유학 보내고 ‘돈 버는 기계’가 되어 몸과 정신이 모두 망가진 채 벼랑 끝에 내몰린 기러기 아빠도 50만 명에 이릅니다.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 증가 현상은 어느 개인이나 한 집안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노후나 은퇴 준비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교육에 매달리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에듀푸어’가 노인 빈곤층을 뜻하는 ‘실버푸어’(Silver Poor)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사교육으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문제들이 사회안전망을 해치는 국가적 문제로까지 확대되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학력이 신분상승과 성공을 보장해준다는 맹신과 입시 위주의 학력지상주의, 물신주의 사회가 야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사회문제 앞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고자 하는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회의 흐름에 편승해 무비판적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따라가기 보다 그리스도교적 가치와 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사회적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길을 찾는데 부심해야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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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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