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설] 정진석 추기경의 천상 안식을 기원하며

“주님, 당신의 종 니콜라오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현대 한국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던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했다. 태어난 지 여든아홉 해, 1961년 사제품을 받고 하느님의 종으로 산 지 꼭 60년 만이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평안히 눈을 감았다. 한국 교회 두 번째 추기경인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와 청주교구 교구장으로서 40년간 무거운 짐을 졌고,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한국 교회를 이끌었다. 교회법 학자이자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복음 말씀을 65권의 저서로 펴낸 ‘주님의 작가’로 평생을 살았다.

정진석 추기경은 생명의 가치가 무분별하게 훼손되던 한국 사회에 생명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교회를 넘어 우리 사회를 크게 성숙시키고 발전시킨 산 증인이었다. 16년 전인 2005년 전반기, 대한민국의 봄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를 칭송하는 신드롬이 절정에 달했다. 이때 정 추기경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경시했던 생명이라는 최고 가치를 일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정 추기경은 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설립을 통해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생명위원회는 생명의 신비상 및 생명 주일 제정 등 다양한 생명수호 활동을 통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생명운동의 주춧돌이 됐고 생명윤리 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생명대학원은 세계적인 생명문화 연구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정 추기경은 북한 선교, 명동 개발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평양교구장 서리로 남북의 통일을 염원했던 그는 2006년 파주에 참회와 속죄의 성당과 민족화해센터를 착공했다. 2013년 봉헌된 두 곳은 우리 민족이 서로에게 안겨준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신앙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 되기를 기원한 정 추기경의 의지가 집약된 것이다. 명동 개발이 끝난 후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접근이 불편했던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일대는 신자와 시민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정 추기경은 신자의 영적 성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20년까지 복음화율 20를 달성하자는 복음화 2020운동을 벌이면서도 신자들이 교회 밖에서 명실상부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진정한 복음화라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을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으려는 정 추기경의 노력이었다.

정 추기경은 선종하면서 모든 것을 지상에 남기고 떠났다. 서울대교구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청주교구 꽃동네, 동성고 예비신학생반, 청소년국 아동 신앙교육, 장학재단에 남은 재산 모두를 기부했다. 15년 전 약속한 대로 그의 각막은 꼭 필요한 이에게 전해져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남을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의 사목표어는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다. 발명가를 꿈꾸면서 서울대 공대를 다녔던 정 추기경은 6ㆍ25전쟁의 비극을 보면서 ‘모든 이에게 참 행복을 주는 봉사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사제의 길에 들어섰고 주교, 대주교, 추기경으로 살면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매 순간 하느님께 감사하고 하느님 섭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산 참 목자요, 대사제, 예언자였다. 정 추기경은 자신의 사목표어대로 ‘모든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다 이제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 천상 안식을 누리게 됐다.

주님, 당신의 종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4-2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마르 5장 34절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