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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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용 신부의 사제의 눈] “사이비는 안 됩니다”

정수용 신부(CPBC 보도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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似而非(사이비)! 닮을 사, 말이을 이, 아닐 비. ‘닮았지만 아니다’란 의미를 나타내는 사이비란 말의 한자 구성입니다. ‘사이비’는 어감 때문에 한자어가 아닌 외래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맹자」의 ‘진심장구 하편’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입니다. 말 그대로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뜻할 때 사용합니다. 그러고 보면 가짜나 짝퉁, 혹은 사이비라고 불리는 것의 특징은 진품과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역설적으로 아주 많이 닮아야 사이비 반열에라도 오를 수 있습니다.

물건만 사이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말과 글에도 사이비는 존재하고, 여기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짜뉴스입니다. 모든 사이비가 그렇듯 가짜 뉴스도 진실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기에 그 피해가 심각합니다. 진실인 것처럼 포장되어 대중이 쉽게 믿게 하지만, 내용은 거짓을 전달하기에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개인이나 사업장이 가짜 뉴스에 휘말리면 회복하기 불가능한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한순간에 범죄자로 오해받기도 하고, 잘 나가던 사업장이 갑자기 문을 닫아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언론 피해 방지를 위한 법안이 논의되었고, 최근에는 관련 법안 마련을 두고 여야의 대립이 극에 달했습니다. 지난 8월 31일, 국회는 그동안 치열하게 대립했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처리시한을 일단 9월 말로 늦추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여야 의원과 전문가들이 모여 법안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법안 처리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심각하고, 손해배상 역시 실질적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법 조항이 모호해 악용될 수 있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론중재법 처리를 두고 정치권과 여론이 극한 대립으로 맞서고 있지만, 찬반을 떠나 누구나 공감하는 것은 가짜뉴스를 조장하는 나쁜 언론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 수준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40개 주요 조사 대상국 중 신뢰도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언론자유지수는 최근 지속해서 상승해 2020년 전 세계 국가 중 42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언론자유지수가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중재법을 보도한 대다수 언론은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고만 외칩니다. 신뢰도 꼴찌에 대한 뉴스나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성적표는 애써 감추고 싶은 모양인가 봅니다. 마치 불량식품을 많이 먹어 건강을 잃은 사람이, 운동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만 외치는 것 같습니다.

처리시한을 연장한 언론중재법은 여야 의원과 관련 전문가 의견을 보완할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보완된 법안이 오히려 누더기가 돼 ‘사이비 언론개혁’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최근 발표된 전국 13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의 성명에서 지적한 대로 ‘편파성, 왜곡, 과장, 허위’ 보도를 개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 지형을 만드는 법안이 되길 기대합니다. 언론인 단체 역시 언론자유를 강조하는 만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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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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