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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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월 평화칼럼] 미사 독서는 정성이다

김승월 프란치스코(2022 시그니스 세계총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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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래…개신 우리 아브지….” 독서하는 목소리가 어눌하게 들려서 독서대 쪽으로 눈길이 갔다. 미사 독서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전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듣는 나 역시 말뜻을 헤아리려고 귀 기울였다. 귀에 설어서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귀담아듣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본당 청년 미사에서다. 독서를 맡은 이는 몸이 불편한 청년 전례단원. 그런 젊은이를 챙기고 기회 준 분들의 배려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어눌하게 들리지만, 듣는 이들이 그만큼 집중하면 된다. 몸이 불편한 사람과 함께 미사 드리니 그런 분들 사정을 살피게 된다. 이 세상 어디에나 장애를 지닌 분들이 있다.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그런 분들의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다. 교회 공동체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사 독서는 복음의 선포다. 좋은 독서는 말씀을 은혜롭게 전한다. 상황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말씀에 몰입하게 된다. 물론 독서와 소리 연기는 다르다. 장면을 묘사하기 위하여 성우처럼 연기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바르게 소리 내는 방법은 소리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방송사에서 함께 일했던 어느 기상캐스터가 독서를 맡았다고 알려왔다. 방송 경력이 20년이지만, 독서는 신인이니 두렵다고 했다. 그가 다니는 본당의 홍성학 신부와 이야기 나누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그가 방법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니, 신부님이 딱 한 말씀만 하고 입을 다문다. “많이 읽으세요.”

라디오 PD로, 라디오 드라마를 연출한 적이 있다. 배한성, 김종성, 박일과 같이 당대에 내로라하는 성우들과 함께 드라마를 만들었다. 연출자로서 뛰어난 연기자들이 실력을 발휘하도록 나름 애썼다. 원고를 분석하며 읽고 또 읽었다. 되풀이 읽다 보면 전체의 흐름이 선명하게 파악되는 것은 물론, 장면이 그려지고, 소리가 들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많이 읽는 것의 의미를 그때 절감했다.

소리의 전문가인 성우들에게 목소리 연기 훈련 방법을 묻곤 했다. 완전히 뜻을 파악하기 전에는 입으로 소리 내지 말라고도 한다. 소리내기보다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볼펜을 수평으로 해서 입에 물고 소리 내어 읽기를 권했다. 입 가장자리로 침이 질질 흘러내리도록 읽다 보면, 입을 크게 움직이는 훈련이 된단다. 큰소리로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도 한다. 어느 성우는 대학교 뒷산에서 일 년 동안 매일같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읽었다고 했다. 올바른 발성은 거듭 읽고 또 읽어야 익혀진다.

방송사에서 사내 미사를 하면 아나운서들이 독서하는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라고 독서를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 기본기에 신심을 더해 정성껏 하는 독서를 들을 때마다 은혜로움을 느낀다. 뛰어난 소리 전문가들의 재능을 미사 독서자 교육에 활용하면 어떨까.

미사 독서를 하려면 목소리가 좋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얼굴이 잘났다고 배우가 되는 게 아니듯, 목소리가 좋다고 성우가 되진 않는다. 연기력이 먼저다. 마찬가지로 미사 독서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정성껏 되풀이 읽어야 한다. 되풀이 읽다 보면 미처 생각 못 한 의미를 깨우치기도 한다.

코로나 상황이 바뀌어 성당 미사 참여자가 늘고 있다. 새로운 자세로 정성껏 맞아야 할 때다. 모처럼 찾은 미사 참여자들에게 은혜로운 독서를 들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 김승월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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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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