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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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전·진·상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유송자, 데레사, 국제 가톨릭 형제회(A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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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창시자 시슬리 사운더스(Cicely Saunders, 1918~2005)는 많은 사람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 당면하게 되면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 사회적, 영적 고통도 크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다양한 면의 아픔을 통합적으로 완화해 주는 것이고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남은 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전인적 돌봄을 제공해 주는 의료의 한 분야입니다.

전ㆍ진ㆍ상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일하면서 육체적 통증이 완화되어도 영적 통증이나 갈증이 해결되지 않아서 쉽게 세상을 떠나지 못했던 분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그중 두 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 분은 비신자로서 일주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시던 어르신입니다. 천주교 신자인 그분의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대세를 드려달라고 하여 병실에 들어간 순간 내내 의식이 없으시던 할머니가 깨어나셨습니다. 제가 “대세 받기를 원하시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원한다는 표현을 하셨고 저는 바로 할머니에게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를 드렸습니다. 5분 후에 할머니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선종하셨습니다. 마리아 할머니는 평소에 세례받기를 원하셨다고 하는데 생의 마지막 순간 의식을 되찾은 상태에서 대세를 받고 떠나신 겁니다. 영적 준비가 될 때까지 힘든 삶을 지탱해 오신 마리아 할머니와 그를 기다려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또한 제가 하는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입원하면서부터 “나에게 종교에 대해서는 질문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조심스럽게 환자분의 종교에 대해서 물으니 “시댁 큰 조카가 목사님이고, 시숙이 장로님인데…” 하며 뒷말을 흐리셨습니다. “그러면 목사님을 모셔올까요?” 하니 “아니요, 진짜 종교는 하나밖에 없어요”라고 하시며 화를 벌컥 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왜 나에게 진짜 종교를 안 가르쳐 주는 거예요?”라고 짜증을 내셨습니다. 의아함을 느낀 제가 “진짜 종교가 뭔데요?” 하고 물으니 “천주교지요! 나는 이 병원에 있는 동안 천주교 교리를 배워서 정식으로 세례를 받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남편이랑 자식들도 다 성당에 다니게 할 것이고요” 하며 활기찬 음성으로 선언하듯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후 3개월 동안 이 환자분은 개별지도로 교리를 배워 ‘안나’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안나님이 병상에 있는 동안 그분의 말씀대로 남편과 자녀들은 물론 여동생과 조카들까지 세례를 받았습니다. 안나님이 돌아가신 지 1년여가 지났을 때 그의 큰 따님이 전ㆍ진ㆍ상 복지관 봉사자로 등록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으니 하느님의 부르심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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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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