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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맑은 대화 / 송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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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항시 상대성을 지니고 서로가 복잡한 연을 이어 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건전한 대화를 필요로 하며 꾸준한 인내와 노력으로 시시각각 둔덕처럼 막히는 어지러운 시야를 헤쳐 나가려 한다.

본시 말이란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의사를 표현하는 문화적 수단에 불과하다.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회생활을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떳떳한 생각과 자신을 밝히는 정신적 매개의 표현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맑은 언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값비싼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맑은 언어를 사용해 자기 의중을 표출시킬 것인가 하는 큰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우선 우리의 언어가 어떤 기교적 측면만을 노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언어가 대화의 기본 매개체임을 주시할 때 그 언어가 갖는 무게야말로 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아름다워야 하고 진실성을 저버려서는 안 되겠다. 유리알처럼 맑고 우리의 가슴 안 심장까지 꿰뚫는 짜릿한 감동과 진실이 곁들여져야 한다. 또한 언어는 생명처럼 강하며 책임이 강하다. 말을 밥 먹듯이 먹어버리는 식언이나 무분별한 언어의 표현은 없어야 한다. 자기의 양심을 속이는 말을 일삼고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결코 건전한 대화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어의 표현은 한계성이 주어진다.

그럴진대 대화의 언어 이전에 결코 그 대화가 무리가 가지 않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화의 열매는 아름다운 영혼이 종교처럼 스며든 말에서 움트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말이야말로 진실로 맑은 대화의 뿌리가 되는 것이며 긴 여운을 남기는 법이다. 이는 비단 정치가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문학인들이나 어느 사회 분야에서든 시급히 다듬어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지갯살을 타고 가듯
고이 닦은 바람재를 넘으며
오늘은 태양열보다도 센 불땀을 품어 안고
가빠 오르던 당신의 숨결이
아직도 내 머리 끝에 예지롭습니다.

내일의 파란 꿈을 못 잊고
과원 길을 거닐며
세월이 바랜 시계 소리에
마음 간지러워
밤새 샛별들을 헤이던 당신의 까만 눈동자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듭니다.

헤어져야할 마지막 갈림길
너무 선합니다.
당신이 그만 떠나가실 때
필름 쏟아 놓은 이미 저물어 든 안개 빛 마음과 함께
당신의 발자국은 멀어 졌지만
당신의 음악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는
가을 새벽 달빛에
가벼웁게 음율 타고 오는 바람소리와도 같이
지금도 내 온 신경을 타고 돕니다.

당신이 마지막 밟고 간 과원 길을 거닐며
이제 아무 두려움 없이 꿈을 그리듯
나의 생각 허공을 헤매면
그날 당신의 검정머리 외 가르마가
아스라이 뻗어 내린 고향 길 같았고

다시금 별 하나 별 둘 손마디를 굽히며
새벽바람에 씻기운 별들을 헤이던 당신의 까만 눈동자가
내 마음속 깊이
푸른 기억(記憶)이 되어 굳어갑니다.

(송동균, ‘푸른 기억(記憶)’)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송동균(바오로)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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