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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해상풍력발전과 통일 한반도(최예용, 프란치스코, 환경보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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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가량 환경운동을 해오다 보니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내외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서구에서는 진작에 일어났던 관심과 운동 주제들이 국내에서 오랫동안 둔감하다가 서서히 관심을 받게 되는 경우들이다.

가령, 고래보호운동의 경우 북미와 유럽에서 1970년대부터 20여 년간 매우 강렬하게 일어나 서구 환경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주제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울산세계포경위원회 국제회의와 2013년 수족관 돌고래 제돌이의 해상방류를 계기로 고래보호 이슈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공장폐수, 하수 슬러지, 음식물 쓰레기, 분뇨와 같은 육상 폐기물의 해양투기문제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1993년에 런던협약에 가입했지만, 오랫동안 예외조항을 이용해 동해 두 곳, 서해 한 곳에 연간 수백만 톤을 바다에 버렸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10년간 매달린 끝에 2014년부터 해양투기가 중단되었다.

모피 반대운동은 1980~1990년대 유럽의 운동가들이 모피 패션쇼장에서 모피농장의 핏물을 모델들에게 뿌리며 ‘살육 동물 가죽으로 패션쇼가 웬 말이냐’는 강력한 반대 이미지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1997년 IMF 직전까지 모피 옷을 선전하는 전면광고가 매일 주요 일간신문의 지면 3~4개를 차지할 정도로 모피소비량이 세계 최고였다. 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모피 반대운동은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아무리 추워도 모피를 입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 당시 결혼식 준비를 하다가 청첩장에 ‘모피 옷을 입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었다.

석면추방운동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유럽의 경우 1990년대에 석면사용을 금지했고 한국은 2009년에야 석면을 금지해 아직도 학교와 병원, 일반 주택 등에 석면이 많이 남아있다. 퇴출된 석면공장들이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동해 석면 피해를 계속 발생시키는 문제에 대해 추적 조사하고 그들 나라 시민사회와 연대해 아시아차원의 석면추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순하게 서구의 환경운동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유럽에서 쫓겨온 석면공장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유럽을 출장 다니면서 부러웠던 점은 여기저기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커다란 바람개비를 보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바닷가의 풍력발전기들이 필자에겐 선진국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2001년 영국의 뉴캐슬 항구를 찾아가 본 바다 위에 처음 세워진 해상풍력발전기는 엄청난 감동이었다. ‘인근 바다의 바람을 모두 에너지로 바꾸면 유럽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문기사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 현장을 가본 필자에게 ‘해상풍력발전이 원자력의 대안’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도 풍력발전단지가 세워졌다. 하지만 미관을 해치고 소음을 일으키는 환경문제로 인식되는 경향도 생겼다. 작년과 올해에는 우리나라에도 해상풍력단지가 곳곳에서 추진되고 가동되기 시작했다. 바다가 낮은 서해 부안엔 바다 바닥에 뿌리를 박은 고정식 풍력발전시설이고, 바다가 깊은 동해 울산은 석유 시추선처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이다.

여기에 전남 해남의 대규모 태양광시설의 햇빛발전소들도 친환경 에너지 동력이다. 그린 뉴딜의 해상풍력발전과 햇빛발전 정책이 잘 추진되길 바란다. 나아가 DMZ 양쪽의 동해와 서해 바다에도 해상풍력이 설치돼 남북한 모두에게 위험천만한 원자력과 기후위기를 부르는 화력발전 없이 바다의 바람과 태양 에너지만의 친환경 통일 한반도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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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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