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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사순과 자가격리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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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냅니다. 격리 덕분에 피정하는 것 같고 좋아요.”

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자리에서 만난 한 신부님에게 코로나19에 관한 안부를 묻자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다들 힘들어 하는데 혼자 “좋다”고 말하는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 신부님이 평소 얼마나 겸손하게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배려하는 분인지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기쁜 마음이 번져 나갔다.

‘격리’라는 말은 원래도 달갑지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국이 반쯤 ‘자가격리’ 돼 버린 요즘은 한숨소리 없이는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그만큼 격리에는 희생과 고통이 담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부님도 격리된 상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덕분”을 말한 신부님의 말에 새삼 사순 시기를 묵상하게 됐다.

자가격리를 뜻하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숫자 ‘40’에서 온 말이다. 교회에서 유래한 말은 아니지만, 신자들에게는 사순(四旬)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로 격리된 세상은 많은 고통을 가져왔지만, 쿼런틴(40)이 사순(40)이 된다면 격리는 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과 수난과 죽음이라는 고통의 신비를 간접적으로나마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제적 격리가 아닌, 자발적 피정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다. 백신이 보급되는 지금,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위해서는 접종과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도 중요하다고 한다.

이번 사순 시기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코로나19를 이겨 내려고 분투하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며 피정하는 40일로 삼아 보면 어떨까.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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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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