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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어머니는 종교다(유용, 베네딕토,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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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면 저는 먼저 눈물이 납니다. 저의 아버지는 고지식한 교육자로 융통성이나 여유가 없으셨습니다. 저에게 큰아들로서의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무거운 기대를 걸고 엄격하게 대하셨던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는 그냥 품어주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어도 어머니는 무엇이든 다 용서하시고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처럼 저희 어머니도 늘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는데, 그중에서도 ‘큰 애물단지’가 저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실패하고 좌절에 빠져 있을 때, 무기력하고 속상해서 술에 취해 있을 때, 아마도 어머니는 저에게 줄 아침 해장국을 끓이시며 당신 속도 같이 끓이셨을 겁니다. 곁에서 저를 지켜보시며 주님께 기도로 매달리고 또 매달리셨겠죠. 제가 건너왔던 암흑 같은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돌보심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제 기도가 아니라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더욱더 그립습니다. 제가 출근할 때면 저를 배웅하시며 “아들, 난 항상 행복해”라고 말씀하시면서 저를 응원해주셨고, 제가 세상일에 힘들어할 때도 “엄마는 네가 있어 정말 행복하단다”라는 말씀으로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위암도 거뜬히 이겨내셨던 어머니이시기에 항상 그렇게 제 옆에 웃으며 함께 계실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불현듯 떠나실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하고 속태워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사랑한다는 말씀도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신앙인으로 살면서 가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데 그때마다 십자가의 길에서 성모님 마음이 어떠셨을지 생각하면서 그 위에 저희 어머니의 모습을 겹쳐보곤 합니다. 아마 저희 어머니도 성모님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시며, 위로를 받으셨겠죠. 그렇게 항상 저희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셨던 것 같습니다.

“알지? 아들. 난 언제나 네 편.”

가끔 아내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저도 늘 ‘제 편’이셨던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 그리곤 마음 한구석 조용히 아들들을 질투해봅니다.

‘너희들은 좋겠다. 네 편이 있어서….’

이제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위로의 말을 들을 수도, 곁에서 뵐 수도 없으니 그 그리움이 더욱더 깊어집니다. 무조건적인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시고 제가 직접 느끼게 해주셨던 저의 어머니가 제게는 마치 종교와도 같이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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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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