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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멋진 신세계(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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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올더스 헉슬리(1894~1963)는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모두 인공적으로 제조되는 미래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린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발표한다. 여기서 그려진 미래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멋진 신세계’는 ‘공유·균등·안정’이라는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의미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엄격한 통제 안에서 규정된다.

모든 인간은 ‘인공부화소’라는 곳에서 체외 수정된 후 복제되고 유리병에서 배양된다. 최대한 많은 수의 일란성 쌍생아를 복제시켜 인간을 대량생산한다. 사회적 수요에 따라 유리병 안에서 이미 계급이 결정되고, 그에 합당한 지적 능력과 신체적 조건을 갖추도록 화학적 처리(현재의 기술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를 받고 태어난다. 올더스는 유명한 생물학자인 토마스 헨리 헉슬리의 손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해박한 생물학적 지식으로 인해 그가 묘사한 인공부화소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체외수정, 인간복제, 인공 자궁, 우생학적 유전자 조작 등과 쉽게 연결된다. 부부의 일치 행위에서 소외된 생명의 시작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인간복제 기술 또한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온 문제이다. 인공 자궁은 연구 또한 진행 중이며, 유전자 편집기술의 발전으로 우생학적 유전자 조작은 현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보면 국가는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한다. 수면식 교육법이라는 방식으로 모두 규율이 녹음된 음성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옳고 그름,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세뇌교육을 성인이 될 때까지 받는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성행위를 독려받는다. 겉보기에는 성의 자유를 습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의 의미가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이해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 세계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있을 리 없다.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은 불쾌한 사실이며, ‘임신’은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정된다. 또한 ‘일부일처제’는 비난과 경계의 대상이다. 한 사람을 몇 개월 이상 만난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오히려 여러 명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정상이다. 성은 철저히 사랑과 분리되어 쾌락만을 추구한다. ‘만인은 만인의 것’일 뿐이다. 소비는 무조건 좋은 것이며, 행복은 너무나 쉽게 도달한다. ‘소마’라는 약을 복용하면 된다.

“분노를 진정시키고 적과 화해시키고, 인내하고 수난을 참도록 하는 소마가 있다. 옛날에는 대단히 어려운 노력을 거치고 오랜 수양을 쌓아야 겨우 도달되는 미덕이었지. 그러나 이제 반 그램짜리 두세 알만 삼키면 그러한 수양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말일세, 이제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네. …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기독교 정신을 터득하는 것-그것이 소마의 본질일세.”

사실 이 소설은 유토피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로 느끼는 현대문명의 심각한 위기를 풍자하고 있다. 과학의 진보와 밀착된 전체주의는 나치즘이나 파시즘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물질적·향락적·소비적이며, 성과 사랑 그리고 생명을 철저히 분리하는 사상과 문화와 함께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극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 속에서는, 참된 가치와 진정한 필요성을 분별할 수 있는 예리한 비판적 감각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생명의 복음」 9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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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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