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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기도의 힘(신유진, 그라시아, 국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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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십자가 목걸이야?”

“성모님께 기도하는 묵주라는 거야.”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예비신자였던 엄마께서 묵주를 선물로 받아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묵주기도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셨고, ‘묵주기도로 드리는 9일 기도’ 책을 보며 성모님께 드리는 54일 기도를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엄마와 함께 묵주기도를 하루에 5단씩 매일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생애 첫 54일 기도인 셈이었고,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그만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에 졸면서도 기도를 끝까지 바치고, 간혹 기도를 못 드린 다음 날에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혼자 밀린 것까지 10단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어떤 믿음으로 꾸준히 기도할 수 있었는지 신기합니다. 기도하려고만 앉으면 바라는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과는 달리, 특별한 기도 지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와 ‘아빠가 건강에 좋지 않은 담배를 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 두 가지를 반복해서 말씀드릴 뿐이었죠. 밥 먹는 것과 같이 기도 시간을 성모님께 꼭 드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하느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드린 기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 것은, 성모님께서는 제가 묵주 기도를 하기로 마음먹은 그 날부터 지금까지 저의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울타리 같은 엄마가 되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저와 항상 함께하시면서 매 순간 보호해주시고, 외롭고 슬플 때에는 긍정의 마음으로 이겨내도록 빛이 되어 주시고, 무엇보다 하느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옳은 길로 인도해주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과 성모님의 보살핌 안에서 자란 제가 신앙이 삶의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나누고 싶어, 얼마 전부터 친구들과 화상 회의 앱을 통한 묵주기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저를 통해 묵주기도를 처음 접한 친구들, 냉담 중이다가 다시 성당을 나가게 된 친구들, 그동안 묵주 기도를 꾸준히 못 하고 있던 저까지. 기도 시간은 한 주 동안 삶에 지친 저희에게 더울 때 부는 시원한 바람처럼 새로운 날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저는 신앙의 시작이 꾸준한 기도라 생각합니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우리도 하느님, 성모님께 정성 어린 시간을 들여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됩니다.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기도에 앞서 게으른 마음이 드는 부족한 저이지만, 이 모습조차 사랑으로 이해해주시고 기도에 응답해 주시는 하느님, 성모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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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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