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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코로나19 시대, 이주민을 위한 변론(황필규, 가브리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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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잠시 해외에서 생활했다. 수십 개 나라의 학생들과 어울렸고 그들의 국적이나 인종은 문제 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취약집단인 이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권활동을 하다 보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더욱더 취약한 곳으로 시선이 간다. 무엇보다 이주민들은 이미 같은 공간과 시간에 함께 존재한다. 서로 가까이 곁에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이제 체류외국인만 약 200만 명이다. 결혼이민자, 유학생도 각각 20만 명에 육박한다. 이주민을 바라보면서 계속 던지는 질문이 있다. ‘우리’ 중의 일부, 특히 취약성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것’을 가져가는 혹은 가져가려고 하는 ‘타자’로 볼 것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공동체는 어떤 공동체인가.

10여 년 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 인권상황 심의 때 얘기다. 정부는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이고 ‘혼혈’이 거의 없고 대부분 ‘순혈’이라 인종차별이 거의 문제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독일 나치가 연상되는 ‘순혈’ 등의 표현에 유엔전문가들은 경악했다. 한국의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시혜적 다문화가족 정책의 역차별, 외국인 범죄, 증가, 흉포화, 다양화, 쓰레기 무단투척, 주취폭력 등 주로 이주민에 부정적 이미지를 도배하고 통제 강화를 얘기한다. 체류자격 없는 미등록이주민은 ‘재한외국인’이 아니라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한국국적자가 없으면 ‘다문화가족’이 아니라는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법제는 좀 더 노골적이다. 누가, 무엇이 우리를 이주민에 대한 차별, 배제, 혐오에 익숙하게 만드는가.

코로나19 초기 이주민 대부분이 공적 마스크 구매 대상에서 배제됐다.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카드를 요구했고, 제도가 완화된 이후에도 미등록 이주민 40만 명은 제외됐다. 평소 하던 대로 차별하고 배제했을 뿐인데 뭔가 이상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공적 마스크인가를 물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모두 긴급생활지원금 정책에서 대다수 이주민을 배제했다. 위기상황에서 취약집단의 경제적 곤궁을 방치하는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보 접근의 불평등도 극복되지 못했고 혐오차별의 언행도 확산됐다. 외국어로 된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초기 중국 국적 이주민뿐만 아니라 이주민 전반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이들의 일자리마저 위협했다. 열악한 미등록 이주민 구금시설은 코로나19 위험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고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인 이주민에게 자가격리는 불가능하다. 일부 체류기간 연장, 출국기한 유예 조치가 내려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생계유지의 어려움에 대한 대책은 없거나 미흡하다.

경기, 서울, 인천 등 상당수 지자체에서 내려진 모든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의무검사 행정명령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 경우다. 이주민 집단 전체를 배제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반인권적이고 야만적이다. 이들 이주민이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한다는 점에서 방역의 관점도 부재하다.

코로나19라는 위기는 분명 공동체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의 배제를 통해 내 것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길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 사회는 그 사회가 배제하는 것에 의해 규정된다고 한다. 이 사회는,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코로나19는 이주민이 왜 ‘우리’ 중 일부이어야만 하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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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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