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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시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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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한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시회를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나듦이 불편했던 시간을 뒤로 한 채 오랜만의 나들이여서였을까. 피카소의 작품을 실물로 만나는 건 처음이라 어린아이처럼 설레었다.

피카소는 6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겨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다작 작가였다. 사실 인물의 형상을 일그러뜨리고 해체한 그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일상이 위축된 마당에 관람객이 얼마나 들겠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은 놀라웠다. 평일인데도 길게 늘어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엄마 손을 잡고 온 꼬맹이부터 젊은 연인들, 고령의 노부부까지 들뜬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나친 편견이었던 걸까. 전시장에 들어서 접한 첫 작품에서 머릿속에 새겨진 선입견은 여지없이 깨졌다. 어렵고 추상적인 화가로만 여겼던 피카소의 초기 작품에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봤다. 예민하지 못한 이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피카소의 강인함과 섬세함,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졌다. 불온한 작가로만 여겼던 피카소 작품에서 이런 감흥을 얻다니 스스로 놀랐다.

전시된 그림들 사이로 그가 만든 도자기와 조각 작품도 적잖이 전시돼 있다. 그림만 그렸을 것으로 알았던 터라 생경했지만 피카소라는 인물에 새삼 호감이 갔다. 염소 조각이나 부엉이를 본뜬 도자기 같은 흥미로운 작품들을 감상하는 사이 그는 추상을 넘어 초월로 옮겨가는 듯했다. 아무렇게나 그린 듯한 구불구불 한 선과 더 강렬해진 색감, 작품 속 인물과 풍경이 뭉그러진 듯하면서도 나름 질서정연하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주변의 변화를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내려 했던’ 피카소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독한 혼자만의 싸움을 했을까’에 생각이 미치니 짠했다.

관람이 중반을 넘어설 무렵 잠시 걸음을 멈췄다. 작품을 보며 끊임없이 나의 내면과 대화하는 스스로를 발견해서였다. 피카소의 작품은 다른 화가들의 그것과는 달리 보는 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이들이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내면을 풀어내 보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미술전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처지에 피카소전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강한 존재감을 지녔던 피카소에게서 ‘공감’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선입견과 일련의 거부감이 공감의 큰 물결에 씻겨 내렸다. 마지막 전시 작품은 ‘내가 보는 세상은 이러한데 당신이 보는 세상은 어떠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듯했다.

이번 피카소전을 통해 세상의 하나하나가 매 순간 새롭고 특별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 순간에 주체로서 함께하고 다름을 ‘공감’하면 나와 내 주변이 더 새롭고 특별하게 바뀐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니 들어갈 때보다 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그들은 이 전시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간직할까. 모쪼록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듬뿍 담아가길 바라본다.



한기철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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