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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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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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무 것도 바랄 것이 없답니다. 모든 것이 충~~만합니다.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병동에 계신 환자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분은 가톨릭 신자도 아니었고 딱히 어느 종교를 선택적으로 가진 분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씀을 하실 때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분 마음이 충만해져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주변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배가 터질 것 같다’는 말에 소리 내어 크게 웃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런 마음이 들까요? 그분은 그러한 말씀을 하시고 이틀 후에 임종하셨습니다. 병원 원목실에서 사도직을 하다보면 환자와 보호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제가 만났고 현재 만나고 있는 분들 중에 소중하지 않은 분들은 없습니다. 그분과의 만남도 잠깐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병실에서도 특이하게 밝은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계셨습니다. 어느 날 병실에 있는 환자분들을 위해 기도를 바친 후 발걸음을 그분께로 돌렸는데 저를 환한 미소로 반겨 주셨습니다.

“수녀님,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하시며 함께 기도하는 순간을 마냥 행복해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요. “수녀님, 저도 제 마음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어요.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요. 어느 날 수녀님이 우리 병실에 들어오는데 하얀 옷을 입은 분이 ‘통 통 통’ 튀면서 들어와서는 ‘어떻게 잘 놀고 있어? 난 어제 잘 놀았어’라며 마치 어제 만난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병원을 나갈 때는 그냥 평범하게 걸어 나가는 모습으로 보였어요.”라고. 자신도 신기할 정도로 저의 방문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응답으로 드린 말은 “그 마음을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 마음은 제가 드린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분의 손길로 그렇게 마음이 만들어지고, 본인이 살아 삶이 그렇게 마음을 만드는 것이네요”라고 하였습니다.

간병해 주시는 어머님과 병실에서도 따뜻한 웃음으로 오순도순 사랑을 나누었고, 부인과 자녀들과의 사랑도 충분히 나누었다는 그분의 말씀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하고 가치 있으며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돈을 열심히 버는데 정작 가족들과는 별로 만날 시간이 없고, 대화는 필요에 의한 이야기만 하면서 지내는 것은 아닐까요. 때로 급작스레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아왔던 수고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아쉬워하고 허무해 하는 분들을 볼 때 정작 우리가 인생에서 중요하고 귀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많이 보게 됩니다.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그분은 사랑으로 충만하게 보냈습니다. 위 마지막 말씀을 하실 때는 그냥 듣고 있기 아까워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고 지금도 가끔 그 영상을 봅니다. ‘그렇게 저도 오늘 하루 사랑으로 충만해져서 아무것도 더 바랄 것이 없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하는 기도의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그분과 같이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사랑으로 충만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경미(아나스타시아) 수녀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원목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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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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