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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하여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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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교황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뿐 아니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역시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곤 했는데, 2007년 12월 8일에 발표된 제4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그는 핵무기 보유국들의 책임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이 어려운 시대에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단결하여 특히 핵무기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비무장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참으로 필요합니다. 핵확산 금지의 과정에 아무 진전이 없는 이 상황에서, 저는 책임자들이 좀 더 확고한 결심으로 발전적이고 상호 합의된 기존 핵무기 폐기에 관한 협상을 추진하도록 강력히 당부합니다. 저는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의 바람을 담아 이렇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이래로 오늘날까지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서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작동하는 ‘확산 방지 체제’(Non-Proliferation Regime)에는 사실 핵무기 감축에 관한 약속이 있었다. 인류의 공멸을 피하고자 만든 이 ‘체제’는 지구상의 어떤 국가가 새롭게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금지할 뿐 아니라 핵보유국들도 기존의 핵무기를 줄인다는 전망까지 담아냈던 것이었다. 하지만, 미소 간 핵무기 경쟁이 일단락되고, 동서 냉전의 대결 구도가 해체되는 순간에도 강대국들은 핵무기에 의한 ‘억지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새 무기들이 제약 없이 개발됐는데, 가톨릭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서, 먼저 국제사회가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직시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북미대화가 중단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게 되자 남한에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한에는 1950년대부터 많게는 수천 개까지 핵무기가 있었는데, 1991년 부시와 고르바초프 미소 정상 간 합의로 당시 남한에 있던 약 600개의 전술핵이 철수됐다. 전술핵 재배치는 2017년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나왔던 주장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고 이제 최소 수십 개의 전술핵을 이 땅에 다시 가져오자는 얘기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동서 냉전 시기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과 소련이 각각 수만 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무기를 통한 평화가 강조되고, ‘억지력’을 가지고 있을 때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위세를 떨치는 이 땅에서 교회는 참된 평화를 위해 더 간절하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소망하는 평화가 무엇인지를 더 깊이 성찰하면서, 핵무기로 핵무기를 막는 평화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지구에서 핵무기가 없어지는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하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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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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